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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 내려오지 못하는 ‘車’ 자전거

[일류자전거도시의 조건]

2024. 06. 09 by 김지현 기자

대전 자전거전용도로 일부지역뿐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가 대부분
보행자와 뒤엉켜 사고위험 높아
제도적인 뒷받침땐 분담률 상승
안전·편리한 전용도로 확대가 답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귀에 익숙한 어린이 동요 자전거의 노랫말이다. 지나치게 자전거 중심적인 가사로 보이지만 자전거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난 요즘 노랫말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공용자전거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지만 자전거 이용자 안전, 자전거도로 등 관련 인프라는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타슈2를 선보이며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향해 달리고 있는 대전 역시 기반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이 일류자전거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본다.

대전의 한 자전거 거치대에 일반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방치된 자전거도 보였고, 공간이 비좁았다. 김지현 기자
대전의 한 자전거 거치대에 일반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방치된 자전거도 보였고, 공간이 비좁았다. 김지현 기자

◆ 공용자전거 인기 왜?

언제부터인가 공용자전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용자전거는 정부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구축한 자전거 공유 서비스로 대전에는 ‘타슈’가 존재한다. 대전은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비교적 잘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

시민들의 ‘제2의 발’인 타슈 이용률이 나날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전교통공사에 따르면 타슈 이용률은 지난 2021년 52만 2716건(일 평균 1432건), 2022년 194만 5175건(〃 5329건), 2023년 430만 4200건(〃 1만 1792건)이다. 올해는 4월 기준 166만 733건(〃 1만 3725건)으로 집계됐다. 타슈 시즌2가 도입된 2022년부터 이용률은 급증했다. 이제 대전시민 3명 중 1명은 타슈2 페달을 밟아봤다는 의미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공용자전거 타슈는 어떻게 인기를 끌게 됐을까. 대전은 타슈의 발전과 달리 도심 속 자전거 인프라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이에 대한 의문은 온라인상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던 다음 문장이 명확하게 정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갑은 훔쳐가지 않아도 자전거 안장은 훔쳐간다.’ 즉 개인자전거에 대한 도난 우려와 자전거를 세워둘 안전한 보관소가 마땅하지 않아서다. 역설적이게도 개인자전거를 이용할 때의 불편 요소가 타슈의 인기를 이끈 것이다.

대전 4개 구(유성구 제외)에 따르면 관내 일반자전거 거치대 현황은 789곳이다. 비교적 뒤늦게 활성화된 타슈 스테이션은 1190곳에 이른다. 물론 일반자전거 거치대 역시 그리 적은 수는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도난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전문가는 개인자전거 이용 시 주차공간 미흡, 도난 등 부가적인 서비스가 확립되지 않은 게 공용자전거의 활성화를 도모했다고 설명한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공용자전거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회사를 비롯한 관공서 등에도 개인의 자전거를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도난을 우려해 대부분 집 앞까지 끌고 가 세워두는 현실”이라며 “미흡한 자전거 인프라가 유발하는 불편이 비교적 보관이 용이하고 도난의 우려가 없는 공용자전거를 선호하게 만들었다”라고 분석했다.

한 대전시민이 천변길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지현 기자
한 대전시민이 천변길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지현 기자

◆ 사고 위험

그렇다면 자전거가 행복하게(?) 달리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자전거도로도 중요하지만 사실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 현행법상 자전거도 차(車)다. 비록 보행자겸용도로를 이용하긴 하지만 도로교통법에서는 자전거를 차량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차량에 속하는 만큼 관련 교통사고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살펴보면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 자전거(가해운전자) 교통사고 현황은 2021년 442건(사망 11명), 2022년 417건(사망 12명), 2023년 422건(사망 8명)으로 집계된다. 반대로 피해운전자일 경우 교통사고 현황은 배로 늘어난다. 충청권 자전거(피해운전자) 교통사고 현황은 2021년 829건(사망 17명), 2022년 902건(사망 16명), 2023년 1017건(사망 24명)이다.

공용자전거든 개인자전거든 차량과 보행자 사이에서 사고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타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전거 탑승자의 안전이 우선 보장돼야 하는데 문제는 관련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자전거도로 차량 통행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거듭 쏟아지고 있지만 관심은 저조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중심으로 도로가 설계된 우리나라의 자전거 통행분담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덴마크 등 유럽은 도로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통행분담률이 45%에 육박해 많은 이들이 자전거를 출퇴근·통학 시 이용한다. 따라서 자전거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게 가장 큰 조건”이라며 “차량 속도와 자전거 속도의 차이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차이가 더 크다. 이러한 교통흐름을 고려해 비슷한 속력을 내는 것과 묶어 도로 설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비좁은 자전거도로

자전거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자전거도로와 같은 인프라로 말이다. 자전거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운전자 스스로 안전모를 착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고, 환경적으로 자전거도로와 같은 인프라를 뒷받침해야 한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자전거도로를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자전거전용차로, 자전거우선도로로 구분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자전거도로는 가장 불편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낸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1만 9627㎞(74.8%), 자전거전용도로 3648㎞(13.9%), 자전거우선도로 1957㎞(7.5%), 자전거전용차로 992㎞(3.8%) 순이다. 비율만 봐도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가 압도적이다.

자전거전용도로는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차량·보행자와 분리한 독립적인 도로로, 자전거와 보행자가 모두 통행할 수 있는 도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통행공간을 노면표시 등을 통해 분리한 형태가 아닌 비분리 형태이기 때문에 자전거 통행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전거는 차로 분류돼 보행자도로에서 존중받지 못한다. 현행법에 맞춰 자전거가 차도로 넘어왔을 때도 가장자리나 끝쪽을 이용해야 하고,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면 비켜줘야 한다. 대부분 겸용도로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하고 사고 위험도 높다. 제도적으로 취약한 것”이라며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사실상 자전거도로로 볼 수 없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지면 자전거는 차량 못지 않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법적 정비가 필요한 때다”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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