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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없는 세상 별을 찾는 아이들

[인터뷰]  대전동신과학고 양우림·김재진 군과 이종진 교사

2024. 06. 24 by 김고운 기자

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에 몰두하는 이유는?

 

일상을 살면서 하늘 올려다 볼 여유 가진 이가 얼마나 될까. 내일조차 알 수 없는 인간에게 우주를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다. 우주는 광활한 미지의 공간이다. 여기, 별 볼 일 없는 세상 속에서 별을 찾는 특별한 소년들이 있다. 무려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소행성센터(MPC) 소행성 관측지 인증을 획득한 대단한 소년들이다. 24일 대전동신과학고등학교(교장 유상완) 양우림·김재진 군과 이들을 지도한 이종진 교사를 만났다.

동신과학고 비룡천문대에서 양우림 군(왼쪽부터), 김재진 군, 이종진 교사가 하늘을 관측하고 있다.
동신과학고 비룡천문대에서 양우림 군(왼쪽부터), 김재진 군, 이종진 교사가 하늘을 관측하고 있다.

별을 좋아하는 두 소년은 최근 1999 KV4를 포함한 근지구 소행성 3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주 소행성대 소행성 6개 등 9개의 소행성의 위치를 파악했다. 밝기는 13등급부터 16등급 정도란다. 이들이 찾은 소행성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어려워 CMOS 카메라를 접안렌즈에 갖다 대야 겨우 보일까 하는 정도다. 오랜 시간 노출을 주고 빛을 누적시켜야 하얀 무언가가 보이는데 그것이 소행성인지 여부를 꼼꼼한 확인을 해야 가릴 수 있다.

“학교에서 가장 성능 좋은 망원경은 수리 중이었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150㎜ 굴절망원경이 있었어요. 저희 둘 다 탐구 도구로 사용해 본 적이 있어서 익숙했죠. 하루는 뭐가 문제인지 하나를 관측할 때마다 계속 재부팅을 해야 했어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소행성의 위치를 파악하고 MPC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확신은 없었다. 워낙 우주가 광활한 탓에 학자들조차 헷갈려 소행성에 또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할 정도이니 그럴 만도 했다. 이들이 관측한 1999 KV4의 또 다른 이름은 21374인데 또 다른 이름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개운치 못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는데 곧 낭보가 전해졌다.

1999 KV4 소행성의 위치. 대전동신과학고 제공
1999 KV4 소행성의 위치. 대전동신과학고 제공

“IAU는 소행성 관측을 성공한 천문대에 관측지 코드를 주는데 우리학교 비룡천문대는 P68을 부여받았어요. P경도에서 68의 숫자를 받았다는 의미죠. 소행성 관측 능력을 인정받은 천문대란 겁니다. 대전에선 두 번째, 전국 고등학교 천문대로는 여섯 번째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뿌듯해요.

꼬박 닷새간 밤을 새가며 소행성을 관측해 거둔 성과였다. 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소행성 발견 후에도 계속 관찰하는 건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서입니다. 관측 자료가 많을수록 계산을 하기도 쉽죠. 지구와 가까운 소행성은 충돌할 확률도 크고 궤도가 언제 변할지 몰라 피해를 상상할 수 없어요. 우리가 소행성을 감시하고 충돌이 있는지를 예측한 것이죠. 저희는 우주를 동경하기보다는 인간이 슬기롭게 우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어요. 소행성 모양까지 밝혀진 경우는 잘 없는데 앞으로는 밝기의 변화로 모양도 밝혀볼 계획입니다.”

지난 20일 소행성 관측의 기쁨을 안겨준 150㎜ 굴절 망원경 앞에서 양우림 군(왼쪽부터), 김재진 군, 이종진 교사가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소행성 관측의 기쁨을 안겨준 150㎜ 굴절 망원경 앞에서 양우림 군(왼쪽부터), 김재진 군, 이종진 교사가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교사의 뿌듯함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그는 학생들의 성공을 진작 예측하고 있었다. 이번 성과로 김 군은 항공수학자라는 새로운 꿈이, 양 군에게는 소행성 모양을 밝혀야겠다는 탐구 거리가 생겼으니 이만하면 퍽 교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문제가 생겨도 좌절하기보다 명확한 목표를 잡고 해결하는 모습에 교사로서 뿌듯함을 느껴요. 늘 학생들을 믿거든요.”

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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