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발표
1번이라도 자살 생각했다 응답 46.5%
고립·은둔 비율도 전체청년比 4배 높아
<속보>=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직접 양육하기 어려워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다가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 청년인 보호종료아동이라 불렸지만 긍정적 의미를 더한다는 취지에서 자립준비청년이란 용어가 흔해졌다. 이들은 어른이지만 어른이 아니다. 자립준비청년 중 절반 가까이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걸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정신건강 상태는 좋지 않아서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점차적으로 늘고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관심이 이어지며 이들의 삶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곤 있지만 아직도 많은 자립준비청년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정신건강을 케어할 대책이 절실하다. <본보 5월 13일 1면, 14·16일자 3면 등 보도>
◆만족도 높아졌다지만
보건복지부는 26일 자립준비청년의 건강과 교육, 고용 등 자립실태와 지원 욕구를 조사한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는 보호종료 5년 이내인 전체 자립준비청년 9670명 중 532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6점이다. 정부 등이 이들에 대해 꾸준히 지원하고 관심을 표출해 지난 2020년(5.3점)보다 높아졌지만 전체 청년의 만족도(6.72점)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자립준비청년의 건강보험 가입자 비율은 56.7%로 직전 조사인 2020년(42.9%)보다 13.8%포인트 증가했고 최근 2년간 건강검진 수검률은 53.4%로 2020년(47.1%)보다 늘었다.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비율은 42.6%로, 2020년(30.9%)보다 11.7%포인트나 늘어나, 자립준비청년의 고용·경제적 수준 개선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최근 1년간 병·의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비율은 20.7%로 2020년(36.4%)보다 15.7%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삶의 질은 개선되긴 했지만 정신건강은 좋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전체 청년보다 무려 4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자립준비청년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5%로 2020년(50%)보다 3.5%포인트 줄긴 했으나 전체 청년(10.5%)의 4.4배였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8.3%였다. 이유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30.7%), 경제적 문제(28.7%), 가정생활 문제(12.3%), 학업·취업 문제(7.3%) 순이었다. 이들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30.3%), 운동·취미 등 지원(24.7%), 심리상담 지원(11%), 정신과 치료지원(9.6%)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혼자만의 세계’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했단 자립준비청년이 전체 청년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이들은 고립·은둔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출 빈도 조사 자립준비청년 중 보통 집에 있거나 집(방) 밖으로 안 나간다는 비율은 10.6%로 전체 청년(2.8%)의 약 4배였다. 고립·은둔의 이유는 취업 문제(30.7%), 인간관계 문제(15.2%), 건강 문제(8.1%) 등이었다. 다만 기타라고 답한 비율은 28.7%로 높아 고립·은둔의 이유가 개인마다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고립·은둔하게 되면 도움이 손길이 쉽게 닿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립준비청년의 69.5%가 1인 가구여서다. 이들의 주거유형은 공공임대주택(45.3%)이 가장 많았고 이어 월세(21.2%), 친척 집(6.9%), 전세(5.5%), 기숙사·학사(4.4%)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거비는 보증금 3825만 원, 월세 28만 8000원이었다.
이처럼 고립·은둔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관심 등이 필요하지만 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았다. 자립준비청년은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는 사람(3순위까지 응답)으로 학교·동네 친구(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형제·자매(28.3%), 시설 선생님·위탁 부모님(26.4%), 친척(23.8%) 등도 순위권을 차지했다. 가족이라 할 수 있는 친척의 순위가 높지 않은 게 이례적이다.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비율은 6.2%로 2020년(7.2%)보다 줄었단 점은 긍정적이다.
◆핀셋형 정책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정신건강정책의 대전환을 천명하고 위원회를 구성해 정신건강 분야의 전주기 정책에 대한 혁신을 논의하기로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혁신위원회 출범을 위해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위원 인선 등 필요한 제반 절차를 완료했으며 정부는 26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를 통해 정신건강정책혁신위는 내년부터 청년 대상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하고 학생 마음건강검사도구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청년 정신건강검진은 매 2년마다(기존 10년) 실시하며 우울증 검진에 조기정신증 검진을 추가하고 검진결과 필요한 경우 첫 진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수시로 활용하는 위기학생선별검사를 도입·확산해 3년마다 시행 중인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도구도 재편한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한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 건 다행이지만 포괄적이라는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핀셋 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불과 5년 만에 평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에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에 한계가 있는 만큼 맞춤형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후원만으로 이들을 돌보는 것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존 정부의 지원에 정신건강정책혁신위의 대책, 여기에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개별화된 맞춤 교육과 관리가 병행될 필요성이 준비돼야 한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