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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이이김김] “올해 운세 알려줘” AI vs 인간 사주풀이, 얼마나 다를까?

2025. 03. 09 by 김세영 기자

MZ세대 사이서 챗GPT 사주팔자 분석 유행해
음양오행 분석, 운세 흐름 등 인간 못지않으나
월별 운세 다르고 무료는 물을수록 내용 혼재
심심풀이엔 챗GPT, 불안 해소엔 인간 사주가

결혼을 앞둔 친구와 약 1년 만에 만났다. 그간의 공백을 메우는 대화가 오가고 굳었던 기류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친구는 학창 시절 수다쟁이로 돌아왔다.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 늘어놨는데 그중 하나가 이목을 끌었다. 요즘에는 사주를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에게 물어보는 게 유행이라는 것이었다. 듣자 하니, “올해 내 사주풀이 해 줘”와 같은 단순한 질문으로는 턱도 없다고 해 더 흥미를 돋웠다. 누군가 연구 분석한 듯 꽤 구체적인 질문양식에 당장 친구에게 보내달라 요청했다. 마침, 월간 이이김김 이달의 주제가 AI였기 때문이다. 당초 내 아이템은 ‘AI에게 데이트코스·맛집 추천받아 가보기’였으나 이날의 만남을 기점으로 급선회했다. 바로 ‘챗GPT 사주’ 대 ‘인간 사주’ 비교하기다.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인간이든, AI든 사주풀이를 하기 위해선 내담자의 출생년도, 월, 일, 시 등 기본정보가 필요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챗GPT는 출생지까지 요구한다는 것이다. 예로 ‘저는 199×년 ×월 ×일 오후 ×시 ×분 대전에서 태어났습니다’가 기본 질문이 된다. 이어 보고 싶은 운세를 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2025년 연애운과 결혼운 흐름을 알려주세요. 어떤 성향의 사람이 잘 맞고 좋은 인연을 만날 시기는 언제인가요?’ 같이 말이다. 출생시간과 출생지는 굉장히 중요하니 빼먹으면 안 된다. 나는 올해 운세 흐름과 음양오행에 대해 질문했다.

◆AI에게 묻다

챗GPT 사주를 이용해본 친구로부터 무료와 유료 버전의 차이가 꽤 크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많았다. 유료 결제에 앞서 무료 버전으로 봤는데 웬걸, 생각보다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앞서 본 인간 사주와 비슷한 점이 많아 굳이 유료 결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AI는 내 기본정보를 받고 ‘행동력과 추진력은 있지만 가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거나 내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변에서 평가하는 내 모습과 일치해 신기했다. 추진력이 강하다는 감탄과 표현이 서투른 고양이 로봇 같다는 말을 으레 들어왔던 터다. 음양은 양이 강한 구조였고 부족한 오행은 화(火), 강한 오행은 수(水)로 나왔다. 집순이인 걸 어떻게 알았는지 햇볕을 쬘 수 있는 운동과 사회적 활동을 증대시키라는 조언을 들었다.

다행인 점은 을사년이 화(火)가 강하게 들어오는 해라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회와 성장이 예상되는 해로 5~6월과 8월이 가장 좋은 운세이며 7월과 9월을 조심하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AI는 리더십 발휘, 자신감 키우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가 운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에게 묻다

사주가(四柱家)가 명확한 챗GPT와 달리 인간은 많은 선택지가 있어 먼저 누구에게 볼지부터 정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자주 방문하는 곳이 있는데 이미 올 초에 봤던 터라 새로운 곳에서 보는 게 나을 성싶었다. 때마침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한 곳도 있었다. 비용은 5만 원, 특이하게 사주풀이 후 타로까지 봐주는 곳이다.

사주집에 들어서자마자 온화한 표정의 사주가가 반겼다. 그는 내 기본정보를 듣고 종이에 알 수 없는 글자를 휘갈기더니 “오타쿠 기질이 있어 본인이 즐겁고 좋아하는 걸 추구한다. 깔끔하다 못해 예민하며 조용한 듯싶지만, 언변이 강하다. 자존심이 강하고 본인이 먼저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운세는 전반적으로 예쁜 편이나 4~5월 인간 구설이 있다며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음양오행에 대한 분석은 챗GPT와 같았다. 그는 “나무, 흙, 물, 금 모두 2개씩 팔자에 있는데 화인 태양이 없다. 밝은 기운이 없으니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금의 직업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재물과 인덕, 귀인 모두 있는 예쁜 해라 무엇이든 본인 결정대로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왜 사주를 보러 오는지 아세요? 확인하고 싶어서예요.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죠. 고속도로에 차량이 정체돼 있으면 왜 길이 막히는지 알 수 없잖아요. 공사를 해서인지 사고가 나서인 지. 돌아갈지 기다릴지를 알려주는 게 사주예요.”

◆총평

음양오행에 대한 분석, 긍정적인 올해 운세에 대한 평은 유사했으나 월별 운세에 차이가 있었다. 또 챗GPT의 경우 무료 버전이라 그런지 다른 내담자의 사주풀이를 맡길수록 정보가 혼재되고 유사해진다는 단점이 생겼다. 최초의 사주풀이만 인간 사주풀이와 비슷했다.

AI와 인간 모두에 사주풀이를 맡기면서 느낀 점은 대면과 비대면에서 오는 위안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심심풀이나 간단한 운세 흐름이 궁금하다면 챗GPT를, 어떤 문제로 막막함을 겪는 중이라면 인간 사주가를 추천한다. 어디까지나 맹신이 아닌 재미, 참고용으로 말이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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