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AI)은 가히 21세기의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학습 및 공부 도우미, 프로그래밍 및 기술 지원, 심리 상담 및 대화 상대 등 활용방법이 무궁무진하다. 학술적이고 생산적인 측면을 제하고도 AI는 훌륭한 조언자 역할을 해낸다. 좀 더 비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대전의 데이트 코스를 안내한다. 미국에서 개발된 AI, 퍼블렉시티(Perplexity)가 소개해 준 대로 말이다.
AI가 설계하는 데이트 코스
질문 여러 번 해야 계획 완성
가끔 정보 틀려도 맛집 추천은 확실
◆질문만 수 십 번
“대전 뚜벅이를 위한 데이트 코스를 알려줘.” 자차가 없는 이를 위한 데이트 코스에 대해 질문했다. 유튜브와 여러 블로그 등의 내용을 취합해 코스를 구성하는 듯 했다. 우선 대전역에서 출발해 소제동으로 이동한다는 결과값이 나왔다. 아쉽게도 실패 아닌 실패다. 대전역과는 한참 떨어진 갈마동에서 출발해야 했기에 질문을 수정해야 했다. 이후에도 갈리단길을 갈마단길로 표기하거나 음식점과 카페만 소개해주는 등 그럴싸한 계획이 부족했다. 연애 경험이 있을 리가 만무한 AI에게 데이트 코스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큰 실수였다.
퍼플렉시티는 네 다섯 번의 후속 질문을 이어간 후에야 데이트 코스를 마련했다. 오전 10시에는 연어 요리 전문점에서 브런치를 즐긴 뒤 인근 카페 네컷 사진관 또는 산책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길 권유했다.
이후 계획에 따라 오후부터는 엑스포과학공원과 한빛탑 일대를 구경하고 대전시립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는데 문제는 대전시립미술관은 24일까지 휴관이라는 점이다. 날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던진 질문에 AI는 속수무책이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수정된 질문에서도 대전시립미술관 대신 서구에서 꽤 거리가 있는 대동하늘공원으로 향해야 하는 고된 계획을 안내하는 사태에 직면, 질문을 거듭 수정해야 했다.
여하튼 여러 질문을 통해 오후에는 한빛탑과 인근 대전 신세계에서 시간을 보낸 뒤 저녁 식사를 한다는 계획이 도출됐다. 고맙다고 인사말을 건네자 감사하다는 말이 되돌아왔다. 수 십번의 어려운 질문에도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대꾸해주는 경우는 사람도, 반려동물도 아닌 AI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결과값은 그래도 ‘OK’
3월의 어느 날, AI에게 대전 날씨에 대해 물었다. 창 밖으로 찔끔찔끔 내리던 빗방울이 언제 커질지 모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대전의 날씨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애꿎은 서울의 날씨만 알려주는 AI. 재차 AI에게 “대전 날씨 알려줘”라고 묻자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대전 대신 충청남도에 위치한 ‘Sungchonni’의 날씨를 제공했다.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윽고 갈마동에 위치한 연어 요리 전문점에 출발하려했으나 다시 제동이 걸렸다. AI는 오전 10시에 식사를 권유했는데 가게의 오픈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다. 집 문 밖으로 나서기 전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여하튼 어영부영 뜬 시간을 보내기 위해 AI에게 질문을 했지만 질문이 문제였을까. AI는 마인드 준비, 간단한 스킨케어, 옷차림 점검 등 원론적인 조언만 늘어놨다. 다행히 문을 열자 말자 달려간 연어 요리 전문점은 맛부터 오픈 후 10분 만에 만석이 되는 것까지 상당한 맛집이었다. 블로그와 인터넷 곳곳에서 떠돌아디는 수많은 글의 후기를 수집한 결과다웠다.
우여곡절 끝에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는 인근 카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산책을 즐겼다. 이후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 곧장 신세계로 발걸음을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신세계로 가기 전 신세계 건물 맞은편 국립중앙과학관에 설치된 조형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전남 목포에 위치한 유달산 국제 조각공원 조각 중 하나란다. 다시 물어보니 국립중앙과학관 앞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이라고 답했다. 신세계에서도 잠깐 시간을 보낸 후 한빛탑을 구경했다. 혹시나 싶어 꿈돌이 가족과 함께 한빛탑을 찍어 AI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실수 없이 한빛탑에 대한 설명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AI에게 추천받은 양꼬치집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맛집 하나는 기가 막히게 추천하는 듯 했다. 결과적으로 AI와의 데이트는 제법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데이트처럼 미묘하면서도 세심하고,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이리저리 고심하고 파악해야 경우는 아직까지 AI에게 맡기기에는 2% 부족했다.
“책으로 연애를 배우냐”라는 농담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