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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 노래] 015B와 윤종신

2017. 12. 03 by 차철호

 

엄마도 꿈이 많았죠 한땐 예쁘고 젊었죠
우리가 뺏어버렸죠 엄만 후회가 없대요

언젠간 잘해줘야지 그렇게 미뤄만 두다가
이렇게 헤어질 시간이 빨리 올 줄 몰랐죠
엄마 이제 나는 나는 어쩌죠. ...

며칠 전 가족 대화방에 노래 하나가 올라왔다.
이 노래 들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1. 엄마가 많이 아파요

그룹 공일오비(015B, 장호일·정석원)가 5년 만에 발표한 신곡. 친형제인 공일오비 멤버가 4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노래다.

묵직한 주제를 다뤘지만 공일오비 특유의 직설적인 가사와 20세기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따뜻하게 어우러진다.

장호일과 정석원이 프로듀싱하고 객원 보컬을 기용하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는데, 원년 객원 보컬인 윤종신이 참여해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잘 살렸다.

장호일은 한 인터뷰에서 “2013년 겨울 어머니가 갑작스레 불치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나셨다”며 “처음부터 오랜 벗인 윤종신이 불러주길 바랐지만 그의 어머니도 몸이 편찮으셔 한참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공일오비 데뷔 27주년 콘서트에서 마이크를 잡은 윤종신이 눈물을 쏟으면서 두 번이나 노래를 멈춰 공식발표 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그 울컥함이란….

장호일은 “녹음할 때도 다들 우느라 일을 못 할 정도였는데, 공연장에서는 덜 할 줄 알았다”며 “윤종신을 데뷔할 때부터 봐왔는데 눈물 때문에 노래 못 부른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2. 텅 빈 거리에서 

'엄마가 많이 아파요'를 처음 듣던 날, 공일오비의 옛 노래를 뒤적거렸다. 1집 타이틀곡 '텅 빈 거리에서'가 첫 곡이었다.

1990년, 공일오비란 그룹을 알게 한 노래, 윤종신이란 가수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한 노래. 10대와 20대의 경계에 서있던 내게 새로운 감성을 심어준 노래다.

이 곡은 장호일이 카투사 시절, 젊은 미군이 공중전화 박스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앨범을 기획할 때쯤 정석원에게 졸라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란 가사는 물가상승에 따라 '동전 세 개뿐', '동전 네 개뿐'으로 변모되어 불리곤 했다. 

정석원은 이 노래를 공일오비의 데뷔곡이자 윤종신의 출세곡이며,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 만들었던 곡이라고 회상했다.

 


#3. 공일오비

공일오비는 신해철을 주축으로 한 1988년 MBC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그룹 무한궤도 멤버였던 정석원, 조형곤이 무한궤도 해산 이후, 정석원의 형 장호일과 함께 1990년에 결성한 그룹이다. 

음악적 견해차로 무한궤도를 떠나면서 정석원은 장호일(기타), 조형곤(베이스)과 함께 '재미로 우리 친구끼리 음악적인 기념앨범을 내보자'는 뜻에서 공일오비를 결성했다. 문제는 보컬을 맡을 멤버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수의 목소리도 악기의 하나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에 비롯됐다. 우리가 만드는 음악의 종류에 따라 가수를 세션맨처럼 동원하자는 것이었다." 

정석원의 설명이다. 자유로운 음악을 구현하자는 의도에서 마련한 객원 가수 시스템은 안정적 체제로 정착되었다. 윤종신, 신해철, 이장우, 김태우, 김돈규 등이 공일오비 객원 가수 출신이다. 

 



 

#4. 공일오비 1집

1집 역시 객원가수가 주를 이룬다. 윤종신(텅 빈 거리에서, 저 하늘 위로, 외로운 밤이면), 신해철(슬픈 이별, 난 그대만을), 최기식(때늦은 비는, 슬픈 듯 흐르는 시간 속에)이 불렀다. 

최기식은 장호일 정석원 형제의 '그냥 친구'로 알려져 있다. 정석원의 서울대 동문인 최기식은 이 앨범과 2집을 끝으로 015B 객원멤버 생활을 접었다.

공일오비 멤버들이 부른 노래도 물론 있다. 5번 트랙 '이층의 작은 방'은 장호일과 정석원, 조형곤이 부른 노래다. 2집의 '이젠 안녕'의 전주는 '이층의 작은 방'에서 따온 것이다.

베이시스트 조형곤은 6번 트랙 '세상은 하나의 작은 의미'를 만들어 남성교회 어린이성가대를 통해 부른다. 공일오비 4집 앨범까지 참여한 조형곤은 이후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으로 유학하였고, 친형인 조형민과 '삶 사람 사랑'이라는 팀을 결성해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백석대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5. 윤종신과 신해철

역시 공일오비의 영원한 친구 윤종신과 신해철의 목소리가 눈에 띈다. 1집에서 윤종신이 텅 빈 거리에서라면 신해철은 3번 트랙 슬픈 이별이다. 두 곡 모두 정석원이 만든 노래.

정석원의 감성은 이미 이 때부터 우리 세대의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특히 이별 노래 혹은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들의 구질구질한 뒤끝'에 관한 노래는 정석원이 갑이다. 헤어짐은 아프다.

 


#6. 버스 안에서

가족 대화방에 올라온 노래 '엄마가 많이 아파요'.
그날 퇴근하던 시내버스 안에서 처음 들었던 그 노래.
창 밖을 보며 한참 울었다.

우리 엄마도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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