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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 노래] 배따라기 이혜민

2018. 03. 18 by 차철호

봄비 내리는 휴일 저녁 골목 작은 술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 많지 않은 손님, 비 때문인지 약간 칙칙한 냄새 풍기는 골목 술집. 젊은 세대보단 단골 아재들이 많이 올 것 같은 분위기. 결정타를 날린 건 공간을 휘어잡은 배경음악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우리 일행을 맞은 노래는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였다. 아, 이 노래를 듣는 게 몇 년 만인가.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그댄 바람소릴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바람 불면 바람 속을 걸어요
 

 

#1. 배따라기

일행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배따라기/이혜민 이야기부터 했다. A 兄이 먼저 말했다.

"배따라기는 뭐니뭐니 해도 은지, 지."   
은지, 빗물이 한방울 두방울 거리에 내리잖니
은지, 이젠 눈물을 닦고 귀엽게 한번 웃어봐 ...

한참 노래를 따라 부르던 B 兄이 말했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도 있지만, 비와 찻잔 사이 한 번 불러줘야 남좌지…."

생활스타일이 터프한 B兄이 어울리지 않게 배따라기 노래를 좋아한다는 얘기에 속으로 크아~ 놀랐다. 유난히 목소리가 큰 B 兄 덕분일까, 다른 아재들 테이블에서도 배따라기 노래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몇 분 후 우리 테이블로 질문 하나가 날아왔다.

"거, 하나 물어 봅시더, 배따라기가 부르는 거 중에 비가 내리네, 비가 비가... 하는 노래 제목이 뭐지요? 사장님, 그 노래 좀 들어봅시더."

 

그외 배따라기 노래들

내 마음은 외로운 풍차예요당신의 창가에유리벽 찻집회상희에게, 수선화첫사랑은 다 그래요오늘은 그만 안녕오늘밤엔  등등등.

 

#2. 이혜민

서정적인 가사와 섬세한 멜로디로 비와 소녀와 추억, 사랑을 노래한 배따라기. 배따라기는 이혜민이 이끌어 온 1인 프로젝트다. 간혹 듀오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혜민 혼자 노래를 다 만들고 앨범 따라 '프로젝트'로 객원보컬을 쓰기 때문에 받는 오해다.

“당시에는 ‘이건 듀오가 아니라 프로젝트다’라고 말해도 사람들이 뭔지를 몰랐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전 외국에 나가 있고 하다 보니까 객원 보컬이었거나, 심지어 저랑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배따라기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티브이에도 나오는 거예요. 그게 너무 스트레스가 됐어요.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거든요.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확실히 알리고,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할지언정 제 감성을 조금씩이나마 전달하고자 앨범을 낸 거예요.”

이혜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이혜민은 자신을 가수보다 작가의 의미를 지닌 ‘작품자’라고 소개하며 송라이터로서의 자부심을 내비쳤고, 노래비를 두 개(호랑나비, 삼포 가는 길)나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자랑스러워했다.

그렇다. 호랑나비와 59년 왕십리를 만들어서 1959년생 동갑친구인 김흥국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80년대 강은철이 불러 큰 인기를 얻었던  '삼포 가는 길'은 그가 고등학생 때 만든 노래다. 1985년 전영록이 불렀던 '오늘밤엔'은 배따라기 1집에 실렸던 이혜민 곡이다.

이혜민은 1994년엔 이예린의 '포플러 나무 아래'를 통해 대중을 유혹하고 1995년엔 김재희의 애증의 강으로 감수성 깊은 선율을 이어간다. 그리고,

 

 

#3.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혜민은 1990년대 중반, 미성의 보이스와 성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여 가요계에 바람을 일으킨 '유년시절의 기행'를 부른 남성 3인조 그룹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기획하고 프로듀서하여 발표한다.

1994년 아낌없이 주는 나무 1집에 실린 이 노래는 최도원의 솔로 버전과 김현석의 테너 버전, 그리고 두 사람의 듀엣 버전까지 세 번 수록했다. 특히 최도원의 미성이 돋보인 솔로 버전과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융합을 시도한 듀엣 버전이 함께 사랑받았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을 땐, 유영석의 냄새를 느꼈다. 유려한 멜로디며 섬세한 노랫말까지…. 그러나 '서정 가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이혜민 작품임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얻었다. 댄스 음악이 주를 이뤘던 당시 가요계에서 20~30대 이상을 대상으로 차별화한 콘셉트의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유년시절의 기행 외에 '소녀', '추억의 시간' 등도 유·소년시절을 회상하는 노래들이다. 1995년 발표한 2집에선 또하나의 '회상 곡'으로 인기를 얻는다. '나만의 회상'.


 

 


#4. 내게 너무 이쁜 그녀

'살아가는 날만큼 사랑할거야, 내게 너무 이쁜 그녀를 …'로 끝나는 이 노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1997년 3집을 통해 이 노래를 발표하며 당시 러브송으로 주가를 높인다. 이 노래 역시 

'아무 계획도 없이 떠나는 그리운 여정 우리의 긴 오해만큼 흐린 창밖으로 이따금 비가 내려 추억으로 가는 차편엔 나를 아는 이가 없고 나도 아는 이 없는 막연히 그리운 길 찾아가~네 …' 비와 추억을, 그리움을 노래한다.

잊히지 않는 서정시 같은 노래들, 이혜민의 노래는 언제나 추억을 부른다.

이혜민의 수많은 히트작들을 이야기 했지만, 세대를 초월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는 '아빠와 크레파스'가 아닐까.

차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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