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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 노래] GD, 삐딱하게 & Missing You

2018. 04. 10 by 차철호

#0. 빅뱅

지난 4월 1일과 3일 평양에서 우리 예술단의 역사적인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평양공연 이야기가 나오고, 공연에 참여할 가수들의 윤곽이 알려졌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던 건 강산에였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건 내 아버지 레퍼토리…. 평양에서 그 노랠 부른다면 얼마나 벅차고 감격스러울까. 그리고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YB 백지영 정인 알리 레드벨벳 등의 공연도 기대됐었다. 특히 레드벨벳.  (실제 공연에서 강산에의 눈물은 뭉클했고, 레드벨벳의 빨간맛은 흥미로웠다.)

이번 공연에 참가한 아티스트들 모두 훌륭했지만, 한편으론 빅뱅이 함께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1. 지디

"아바지, 지디라고 들어봤시요?" 영화 '강철비' 초반, '북쪽 철우' 엄철우(정우성)가 특수임무를 앞두고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데 엄철우의 어린 딸이 갑자기 빅뱅의 지드래곤 이야기를 꺼내며 해맑게 묻는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듣는 세계적 음악가”라고 말하자 엄철우는 기겁을 한다. 남한으로 내려오게 된 엄철우는 '남쪽 철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를 만나 "거, 지디라고 아오?"라고 묻는다. 

엄철우의 질문에 "알지. 걔 모르면 간첩이지"라고 답하는 곽철우(곽도원)와, 이어 카메라에 잡히는 엄철우(정우성)의 묘한 표정, 그리고 곽도원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창댄스와 함께 경쾌한 BGM이 흘러나온다. "오늘밤은 삐딱하게

 


#2. 강철비

한자로 바꾸면 鐵雨(철우)다. 또 두 명의 주인공의 이름도 ‘철우’다. 강철비의 한문 명칭은 ‘鐵雨’, 정우성이 맡은 엄철우의 이름 한자는 ‘鐵友’, 곽도원이 맡은 곽철우는 ‘哲宇’이다. 한문글자는 모두 다르지만 발음은 모두 ‘철우’로 같다.

영어로 바꾸면 Steel rain. ‘steel rain’은 다연장로켓발사기(Multiple Launch Rocket System)를 일컫는 별명이다. 걸프전 당시 미군이 사용하면서 목표 지점 상공에서 자탄이 비처럼 쏟아진다 하여 ‘강철 비를 뿌리는 무기’ 즉, ‘강철비’(Steel rain)라 불리기 시작했다.

영화 ‘강철비’에서 개성공단 폭격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다연장로켓발사기(MLRS)를 통해 발사되는 집속탄, 클러스터탄(Cluster Bomb)이라 불리는 폭탄이다. 집속탄(集束彈)은 한 개의 폭탄속에 또 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는 구조로, 넓은 지형에서 다수의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 비인도적 무기로 지목되고 있다.

 

 

하늘에서 미사일이 비처럼 내리고, 한반도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는 최악의 핵전쟁을 막아야 하는 거대하면서도 위험한 이야기에 지드래곤의 히트곡이 사용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강철비'에는 지드래곤 노래 두 곡이 나온다. ‘삐딱하게’와 ‘Missing You(Feat. 김윤아 of 자우림)’. 

지드래곤의 곡이 한국영화에 쓰인 건 ‘강철비’가 처음인데, 양우석 감독은 "워낙 내용이 무거워서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께 재밌게 다가갈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북에서도 빅뱅, 지드래곤이 굉장히 인기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저희 영화에 쓰게 됐다"며 "젊은 분들이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지드래곤의 두 곡이 절묘하다. 이념을 넘은 두 남자의 우정의 표식이기도 하다. 특히 두 철우가 헤어질 때,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Missing You는 묘한 감정선을 형성한다. 노랫말처럼 두 사람의 심정을 나타내고 있었고, 남과 북의 모습을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었다. 

 

 

#3. Missing You

네가 떠난 후 파란 하늘 내 눈엔 노랗게만 보여
그댄 어디서 아파해요 나 여기 있어
아님 혹시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랑하니 보고싶어 my baby
내 맘은 이리 울적한데 말할 사람이 없다
나도 가끔 활짝 웃고 싶은데 곁엔 아무도 없다
Maybe i'm missing you
Maybe i'm missing you

그땐 그랬지 우리사인 투명하고 깨끗했지
처음에는 애틋했지 다들 그래 알면서 왜 그랬지
(But) 갈수록 유리 깨지듯 손에 낀 반지가 빛 바래지듯
날카로운 칼에 베이듯 속박이란 사슬에 목이 죄이듯
늘 좋을 줄 만 알았던 너와의 기억도
풀리지 않던 오해 및 상처만 남아 싫어도
헤어져란 말은 끝까지 참았어야만 했는데
(그래도) 싸우고 다투던 그때가 지금보단 나았을텐데
내 맘은 이리 울적한데 말할 사람이 없다
나도 가끔 활짝 웃고 싶은데 곁엔 아무도 없다
Maybe I'm missing you 
Maybe I'm missing you 

이 곡은 2012년 9월 발매된 지드래곤의 미니앨범 'One of a Kind'에 수록된 곡으로 자우림 김윤아가 피처링에 참여하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스탠더드팝 느낌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지드래곤의 독특한 랩핑에 자우림의 보컬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두 아티스트 모두 각자의 매력이 뚜렷한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명만이 돋보이지 않는, 완성도 높은 곡이란 평을 듣고 있다.


#4. 또 하나의 이유, 여담.

권지용, 그러니까 GD는 지금 군에 있다. 6·25 때 북한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던 백골부대.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방송에 라디오 드라마와 음악 등을 편성했는데, 송출된 노래 중 하나가 빅뱅의 '뱅뱅뱅'이다. 뱅뱅뱅에 대해서 네티즌들은 SNS 상에 "노래 가사 중에 뼈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가사 때문이다.

다 꼼짝마라 다 꼼짝마
다 꼼짝마라 다 꼼짝마
오늘 밤 끝장 보자 다 끝장 봐
오늘 밤 끝장 보자
빵야 빵야 빵야

이 노래는 2015년 곡 중 최고의 한국 뮤직비디오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2017년 1월에 뮤비 조회수는 2억 뷰를 넘어섰으며, 지난 3월엔 3억 뷰를 넘어섰다. 이는 빅뱅 자신들의 곡인 FANTASTIC BABY에 이어서 2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또한 안무영상 또한 조회수가 높은데 2017년에 아이돌 최초로 6000만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2015년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쓴 노래다.  

#5. 추신 

'강철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Missing You의 템포 사이로 두 철우의 뒷모습이 그려지고, 영화에서 두 철우가 읊은 대사가 떠올랐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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