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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
-신해철 / 넥스트(N.EX.T)

[뮤직톡]

2018. 10. 27 by 차철호

'응답하라 1988' 제7화 엔딩 장면. 최택(박보검)은 극중 박지윤 기자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해준 비디오 테이프를 본다. 틀자마자 아버지(최무성) 음성이 들린다. 

"안 찍을테니 연습 한 번 해보라"는 박지윤 기자의 꾀임에 빠져 무성은 그 어렵다는(?) 표현을 한다.
"사랑해, 아들."

ㄴ관련기사 : 마왕 신해철이 찾아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1. 아버지와 나 

서로에게 표현이 서투르고 투박한 부자.

이 과정에서 배경음악 선율이 택이의 눈물과 아버지의 멘트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1992년 넥스트(N.EX.T) 데뷔 앨범에 실린 '아버지와 나'이다. 인형의 기사, 도시인, Turn Off The T.V 등과 함께 넥스트 1집을 장식한 명곡이다. 물론 신해철 작사/작곡이며, 선율의 드라마틱한 포스와 신해철다운 내레이션이 결합해 공감각 효과를 불러 일으키며 한 편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와 나'가 깔리고, 택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이 덕선이(혜리)의 내레이션으로 7화는 끝을 맺는다. 

 
 
 
 
 
 
 
 
 
 
 
 
 
 
 

[G-카페](@042news)님의 공유 게시물님,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시간은 기어코 이별을 만들고
그리하여 시간은 반드시
후회를 남긴다.
사랑한다면
지금, 말해야 한다.
숨가쁘게만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변하기 전에
말해야 한다.
어쩜 시간이 남기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랑했던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쑥스러움을 이겨내고 고백해야 한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2. 그대에게

응팔 7화의 제목은 '그대에게'이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그대에게'를 부각시킨다. 엔딩 내레이션을 '사랑하는 그대에게'로 맺었고, 엔딩에 삽입된 음악도 신해철 곡이고, 결정적으로 1988년 12월 대학가요제 장면, 마왕 신해철이 세상에 첫 등장한 그 해 모습을 보여준다. 

"대상작을 맞혀보자." 덕선이를 비롯한 쌍문동 골목 젊은 아해들은 저마다 추천작을 던진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서 참가번호 16번 무한궤도 차례. 압도적인 전주부터 생소한 전개, 중독성 강한 비트에 점점 아이들은 무한궤도에 빠져든다. 그리고 화면은 신해철의 메시지를 전하듯 페이드아웃 된다.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

 

#3.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아버지와 나' (신해철 作)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 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을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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