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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도서신간 2월 2째주

붓다와 청년의 대화/세상을 바꾼 여성 정치인들/엄마,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외 40권

2020. 02. 05 by 김선아

▲ 붓다와 청년의 대화 = 감비라냐나 역해

초기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맛지마 니까야의 수바경 전문을 번역하고 해설했다.

책은 붓다와 청년 수바와 대화 내용이 담겼다. 고대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바라문 청년 수바의 질문에 붓다가 답하는 형식이다.

붓다의 원음에 목이 말랐던 저자는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 5년간 고대 인도 언어인 빠알리어를 공부하고 수행했다.

감비라냐나 스님은 경전 해설을 하며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염두에 뒀다고 말한다. 붓다의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고자 교학과 수행 간의 연결, 실천을 화두로는 출가자와 재가자 간 연결을 제시한다.

붓다의 말씀이 있었던 2천500년 전 인도 사회와 오늘날 한국 사회 간 연결을 통해 붓다의 가르침이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좌표를 제시한다.

아울러 저자는 붓다가 경전 속 수바를 비롯해 상대에 따라 다양한 화법과 표현을 구사한 방식에서 우리 사회의 세대 간, 계층 간 단절을 극복할 지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경전을 번역하며 빠알리어의 정확한 우리말 표기를 위해 힘을 쏟았다. 빠알리어 어휘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 어려웠던 탓에 기존 번역서들과 대조했고, 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만의 관점을 책에 반영했다.

감비라냐나 스님은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수지하고 제방선원에서 수행했다. 현재 경주 마하모디선원 선원장으로 있으며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과 실천을 전하는 일에 매진한다.

민족사. 184쪽. 1만800원.        

▲ 세상을 바꾼 여성 정치인들 = 한국여성의정 엮음.

1권 개척기, 2권 과도기에 이은 3권 안정기 편이다. 이번 책에서는 국회의원 임기 동안 안정되게 의정활동을 하며 여성의원 협력을 통해 가족법 개정 등을 통과한 제11∼15대 국회 여성의원 20명을 기록했다.

이들 여성의원은 여성의 정치 참여, 권익 향상 등을 공유하고 협력하며 각기 특성에 따라 의정 활동을 벌였고, 그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여성 근로조건 개선과 인력활용, 아동과 청소년 보호, 동성동본 금혼 폐지, 가정폭력과 성폭력예방, 의료보건과 질병관리 등 주로 사회 약자와 여성권익 향상과 관련한 법 개정 등이 이들 의원이 본 결실로 평가된다.

여성의정. 551쪽. 2만5000원.

▲ 엄마,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 카르멘 G. 데 라 쿠에바 지음. 말로타 그림. 최이슬기 옮김.

스페인 여성 작가가 30여년간 좌충우돌하면서 찾은 자기만의 페미니즘과 삶의 굽이굽이마다 만나 세계 여성 작가의 문학, 여성 이웃들과 연대를 담았다.

저자는 여성이 살기 위해서는 사회가 여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야기 사이사이를 차지하는 20여점의 이국적인 삽화는 독자의 주목도를 높인다.

지난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은 추천사에서 “여성의 몸으로 느끼는 분노, 수치심, 절망, 사랑, 연대의 기록”이라며 “글을 다 읽고 나면 내 삶의 무늬를 만들어 준 그녀들이 몹시 그리워진다”고 평했다.

을유문화사. 260쪽. 1만3800원.

▲ 한국의 명상을 말한다 = 한국명상학회 지음.

의학과 한의학, 심리학, 간호학 등 각기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 명상의 현주소와 장점, 실용적인 명상의 활용법, 가치 등을 이야기한다. 각각의 명상은 목적과 기대 효과 등이 다르지만 공통된 목표는 몸과 마음의 건강, 고통의 해결, 행복한 삶으로 귀결된다.

담앤북스. 392쪽. 1만7000원.

▲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장의사로 일하는 20대 여성이 장례식장 경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덟 살 때 우연히 쇼핑몰에서 추락사한 아이를 보고 죽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갖게 됐다고 한다.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하며 죽음을 둘러싼 역사와 문화에 관해 공부했다. 졸업 후 화장터에서 일하게 된 것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방편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죽음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유쾌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중세 마녀들은 영아들을 굽고 뼈를 갈았다는 혐의로 부당하게 죽었지만 실제로 영아들을 굽고 뼈를 가는 나는 가엾은 부모들로부터 ‘잘 보살펴주고 염려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는다”고 쓴 것이 한 예다.

죽음과 시신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책을 쓴 이유는 “우리가 가진 모든 창의적, 파괴적 충동의 원동력이 되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이해할수록 우리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반비. 360쪽. 1만8000원.

▲ 인간다움의 순간들: 흔들리는 삶이 그림이 될 때 = 이진숙 지음.

서양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화가 101명의 작품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더 갤러리 101’ 시리즈 첫 번째다.

3부로 나눠 르네상스, 매너리즘·바로크, 로코코·신고전주의·낭만주의 사조의 화가 33명을 다룬다. 각 부 첫머리에는 이와 같은 미술 사조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각 시대의 미술사적 특징, 세계사 연표를 함께 수록해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미술 사조의 변천 과정을 파악하도록 했다.

개별 작가를 다룬 각 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브뤼헐의 ‘농부의 결혼식’, 다비드의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 윌리엄 터너의 ‘눈보라’ 등 해당작가 대표작들을 실마리 삼아 작품의 감상 포인트, 시대적 배경, 미술사적 의미와 함께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각 장 말미에 해당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 개요와 역사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한다.

미술 대중화를 위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왕성히 펼치는 저자는 “우리가 그림 속에서 거듭 만나게 되는 건 완전하지 않고 분열돼 있으며 실수도 하고 시기와 질투도 숨기지 못하는 인간들이지만 그러한 불완전함을 자각함으로써 그들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의 ‘맨얼굴’이자 첫 번째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핵심 내용”이라고 썼다.

돌베개. 456쪽. 2만8000원.

▲ 하워드 진 = 아거 지음.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민권운동가인 하워드 진(1922-2010) 평전이다. 뉴욕시 브루클린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진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 노동자 계급의 현실을 부조리하다고 느끼며 소년 시절을 보냈고 공산주의자들 시위에 가담했다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목격하고는 권력의 실체를 어렴풋이 눈치채기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진은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한 전쟁이라는 믿음으로 기꺼이 참전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숙고 끝에 ‘정당한 전쟁’이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반전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진은 또한 1956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흑인 여자대학 스펠만 대학에 교수로 부임한 이래 미국 남부에서 일어난 민권운동의 초기부터 지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진이 역점을 기울인 일은 미국의 ‘추악한 역사’를 고발하는 것이었다. 1980년 출간된 대표작 ‘미국 민중사’를 통해 시민 불복종의 역사, 강자에 의해 약자가 억압당한 역사, 그에 맞서 약자가 끊임없이 저항한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다.

진은 1988년 보스턴대학을 그만둔 뒤에는 전국을 다니며 시민의 직접 행동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잘못된 정부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의 필요성, 변화에 대한 믿음을 설파한다.

그의 불복종 운동은 수많은 미국인과 세계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사후 2011년 미국에서 벌어진 ‘점령하라(Occupy)’ 시위에는 “사람들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가야 하고,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야 하며, 떠나라는 말을 들을 때 머물러야 한다”는 진의 발언이 적힌 플래카드가 휘날렸다.

인물과사상사. 156쪽. 1만원.

▲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 = 문강분 지음.

공인노무사인 저자가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 중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해설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법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세 개 장 가운데 제1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론적인 개념과 개정된 괴롭힘 법제에 대한 해설을 담았고 제2장은 저자가 직접 관여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가공해 법 적용 방식을 살폈으며 제3장은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미국 우정공사 사례를 중심으로 예방시스템 구축에 관해 시사점을 구했다.

‘사례’ 부분에서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일의 개요를 제시하고 이것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 된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주류 판매업소에 점장으로 간 젊은 여성을 남자 종업원들이 상사로 인정하지 않고 따돌리며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이고 사장은 이를 방관한다면 비록 하급자의 행위라 할지라도 ‘집단 따돌림’에 해당하므로 해당 점장은 법에 따른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용자에게 가해자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고 그들의 사과와 향후 정당한 지시에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약속을 받고 끝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에게 다른 사업장, 부서로 전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밖에 ‘퇴근 안 시키는 상사’, ‘인격을 무시한 상사와 주먹다짐’, ‘사실무근의 추문으로 승진 탈락’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가디언. 268쪽. 1만5000원.

▲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 애비 웜백 지음, 이민경 옮김.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주장이었고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남녀 통틀어 축구 사상 최다 골 기록 등 찬란한 업적을 남긴 저자가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이에 필요한 여성의 자신감,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한다.

제목의 ‘늑대’는 동화 ‘빨간 모자와 늑대’에 나오는 늑대를 뜻한다. 동화에서 빨간 모자를 쓴 여자아이는 할머니 집에 빵을 가져다 주러 나갔다가 숲길에서 만난 늑대의 술수에 넘어가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먼저 할머니 집에 도착한 늑대에게 잡아 먹히고 만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규칙을 따라라. 호기심을 갖지 마라. 너무 많이 말하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것이겠지만 자신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빨간 모자’보다는 늑대가 되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여성 안에는 늑대가 존재한다. 그 늑대는 세상이 그에게 무엇이 되라고 말하기 전부터 내면에 존재했다. 늑대는 여성의 재능이요, 힘이요, 꿈이요, 목소리요, 호기심이요, 용기요, 존엄이요, 선택이요, 가장 진실된 정체성이다”라고 썼다.

다산북스. 152쪽. 1만4000원.

▲ 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 = 강성률 지음.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철학과 근엄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철학자들의 이미지를 ‘거꾸로’ 뒤집어 바라본다. 저자는 철학박사로 교육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다.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거나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이미 고대 그리스의 아폴론 신을 모시는 델포이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있던 말이라는 등 잘못 알려진 철학적 상식을 바로잡는다. 나아가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살피면서 진정한 의미도 함께 모색한다.

또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는다’라거나 ‘아킬레스는 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다’와 같은 동서양의 궤변들을 소개하고 그것이 왜 말이 되지 않는지를 설명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법을 안내한다.

노자, 순자, 볼테르 등이 지닌 ‘출생의 비밀’, 키르케고르와 프로이트의 ‘복잡한 가정사’, 증자, 맹자, 파스칼,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을 인도한 ‘부모의 선한 영향력’ 등 철학자들에 얽힌 인생사를 들려주며 자연스럽게 철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글로벌콘텐츠. 248쪽. 1만4000원.

▲ 기묘한 과학책 = 쿠라레 지음, 박종성 옮김.

공상과학 세계에 등장하는 꿈같은 이야기들을 단순히 허구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과학적으로 말이 될까’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총 4부 가운데 1부는 불노불사, 생명 창조, 인체의 한계, 죽음, 사이보그 등 ‘인간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2부는 파충류, 곤충, 거대 괴물, 생물학 무기, 좀비, 뱀파이어, 귀신 등 ‘인류에 대한 위협’을, 3부는 인공지능과 시간여행, 폭탄, 미래 병기, 나노 머신 등 ‘미래 과학’을 각각 탐구한다.

4부는 에너지의 기초 지식에서 보이지 않는 힘, 모순의 실체, 상태 이상과 신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꽤 심오한 근본 문제들을 고민한다.

각 장마다 거론되는 주제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소설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이론적 배경, 기술 발전의 단계, 향후 전망 등을 설명한다.

인간의 기억과 의식을 디지털로 변환할 경우 연속성과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동일한 정체성을 지닌 것이고 따라서 동일한 ‘인물’로 봐도 될 것이라는 도발적인 주장도 한다.

저자는 “SF 소설의 시조인 쥘 베른은 이미 백 수십 년 전에 우주여행, 컴퓨터, 세균 병기, 인공 식품, 원자폭탄 등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개념들을 작품에 등장시켰으며 이것들은 결국 모두 현실이 됐다”면서 “그것은 쥘 베른이 지칠 줄 모르는 탐구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썼다.

보누스. 368쪽. 1만6800원.

▲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 엘링 카게 지음, 김지혜 옮김.

노르웨이 탐험가이며 세계 최초로 아무런 장비 없이 걸어서 북극, 남극, 에베레스트 정상 등 ‘지구 3극점’을 밟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걸음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걷기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두 다리로 곧게 선 순간부터 그 후예가 달 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기까지 인간이라면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본능이다.

한 발을 다른 한 발 앞에 두는 이 단순하고 보편적인 행위에 온 신경을 집중해보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임을 역설하며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부터 출근길의 계단 오르기, 집 앞 정원 산책 등 일상 걷기의 풍경 속에서 건져 올린 ‘걷기’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한다.

다른. 176쪽. 1만3500원.

▲ 7가지 부의 불변의 법칙 = 데이브 램지 지음, 고영훈 옮김.

‘빚 없는 돈 관리’가 기반이 돼야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부를 축적할 수 있다면서 월급쟁이들의 삶을 착취하는 금융회사의 거짓말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해 26세 때 400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 자산을 모아 일약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랐으나 잘못된 돈 관리와 과도한 빚으로 30세에 전 재산을 잃고 파산했다. 자살까지 생각했을 만큼 힘겨운 상황에서 와신상담한 끝에 파산 전보다 더 큰 부를 쌓아 다시금 거부가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부의 법칙 7가지는 최소한의 무기 비상자금 모으기, 가장 강력한 적 눈덩이 빚 갚기, 몇 개월은 끄떡없을 여유 비상자금 완성하기, 품격 있는 삶을 위한 노후자금 마련하기, 당당한 부모를 만드는 학자금 마련하기, 자유를 향한 마지막 관문 주택담보대출 상환하기, 즐기고 투자하며 부자가 되는 축복 누리기 등이다.

항목별로 체크 리스트를 만들고 실행 목표와 이행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눈덩이 빚 갚기’를 위해서는 우선 부채 항목과 갚아야 할 부채액을 금액이 작은 순서대로 정리한 표를 만들고 가장 작은 빚부터 갚아나가며 다 갚은 부채에는 선을 그어 빚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 등 빚이 너무나 당연시되고 심지어 ‘부를 쌓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 세태를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일단 빚부터 청산하라. 부를 쌓는 건 그다음이다”라고 강조한다.

다산북스. 316쪽. 1만7000원.

▲ 무엇을 놓친 걸까 = 필 바든 지음, 이현주 옮김.

행동경제학을 뛰어넘어 신경과학, 신경마케팅으로 ‘구매의 비밀’을 풀어낸다. 무엇을 살지 말지의 여부는 우리의 감정이나 깊은 고민, 생각이 아니라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뤄지는 ‘뇌 속 신경학적 논리’가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실제 성공한 마케팅과 실패한 마케팅의 수많은 사례를 분석한 결과 마케팅의 성패는 뇌의 신경회로를 자극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예를 들어 ‘풍부하고 깊은 맛’과 ‘채소 삶은 물’이라는 문구 가운데 전자의 경우에서 내측안와전두피질이 훨씬 더 강력하게 활성화하며 당연히 판매에도 차이를 일으켰다.

이 밖에도 ‘정가 34달러’보다 ‘할인가 39달러’, ‘12% 할인’보다 ‘12% 할인, 1인당 최대 12개’, ‘초콜릿이 든 몸에 좋은 제품’보다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초콜릿’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등 우리의 두뇌는 사소한 것들에 열광적으로 반응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실증적 연구 결과들을 들어 “마케팅은 심리학의 세계가 아니라 과학의 세계이며 작은 차이를 반영해 뇌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고 강조한다.

사이. 324쪽. 1만8500원.

▲ 디스럽터 =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세계적인 트렌드 분석가이자 ‘비즈니스 구루’로 불리는 저자가 기술환경의 변화와 미래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혼돈의 시장을 장악할 새로운 승자는 ‘디스럽터(Disruptor)’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디스럽터는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경쟁자들을 혼란에 빠트려 전혀 새로운 판을 짜는 시장의 교란자를 의미한다.

저자는 1년에 130회 이상 비행기를 타고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를 누비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혁신의 최전선’ 기업들을 찾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고 확인한 디스럽터들의 전략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은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이 ‘극단적인 자율성과 투명성’을 구현하는 방식, 핀란드의 전통적 금융기업 OP가 ‘디지털 리포지셔닝’에 성공한 비결, 요우러·HTC·콴타스항공 등이 기존 사업을 ‘데이터 주도 사업’으로 변신시킨 과정 등을 보여준다.

저자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실체 없이 남발되는 형식적 기업혁신이 기존 기업 생태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수많은 신흥기술이 사업모델을 위협하는 오늘날 무엇보다 큰 위험은 시간이 내 편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라고 썼다.

쌤앤파커스. 432쪽. 2만2000원.

▲ 불법자들 = 오언 콜퍼·앤드루 던킨 글. 조반니 리가노 그림. 민지현 옮김.

지난해 그래픽 문학상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아동·청소년용 창작 만화.

가나에 사는 난민 소년이 누나와 형을 찾아 유럽으로 떠나는 험난한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절망 속에서도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용기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다.

밝은미래. 152쪽. 1만4500원.

▲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대만판 ‘도가니’라 불리는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 출신 저자가 장애인과 그 가족, 돌봄 노동자와 사회복지사, 인권단체 활동가, 특수학교 교사, 장애인을 위한 성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등을 전방위로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오랜 세월 봉인된 장애인의 성과 사랑의 실태를 드러내 보인다.

다양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꺼내는 용기와 짜릿한 교감의 순간, 만남과 이별의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슬픔, 신체의 손상에서 오는 한계와 도전이 숨김없이 그려져 있다.

에두르지 않고 분명하게 묻는 저자 앞에서 장애인들은 어둠 속에 방치해두었던 마음속의 말을 다 꺼내놓는다.

휠체어를 타지만 자기 몸에 맞게 엄마 역할을 익혀가는 샤오위, 대만 최초로 성 자원봉사 단체를 설립한 지체장애인이자 성소수자인 황즈젠, 성 자원봉사를 이용한 뒤 자기 비하에서 벗어나 새 인생을 시작한 스티븐 등이 만 명의 장애인에게 만 가지 빛깔의 사랑이 숨 쉬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타인과 신체 접촉을 통해 더 깊고 장기적인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성은 양다리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아를 탐색하고 욕망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생존 방식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사계절. 324쪽. 1만7000원.

▲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 마르셀 랑어데이크 지음, 유동익 옮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한 나라 네덜란드의 언론인이 동생의 안락사를 지켜보며 쓴 에세이다. 여기에서 ‘안락사’는 우리나라 법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연명치료 중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료진 도움으로 인위적으로 생명을 끊는 ‘조력 자살’을 의미한다.

41세에 안락사를 택한 마르크는 잘 생겼고 아들 둘,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고급차와 사우나까지 갖춘 고급 주택에서 겉보기에는 남부러운 것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동생은 육체의 불치병과 다름없이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책의 각 장은 그런 동생의 고통과 아픔을 기술한 일기로 시작해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형의 고통과 아픔을 이어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동생은 더는 삶을 이어갈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관계 법령에 따라 두 명의 의사가 이를 승인해 1년 6개월의 기다림 끝에 안락사가 시행됐다.

동생의 죽음은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1981년부터 ‘조력자살’이 허용된 네덜란드에서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저자는 “어쨌든 살아야지”라거나 “마음의 병이 있었다면 치료했어야지”와 같은 지적과 비난에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동생은 치료될 수 없었다. 그에게 안락사가 승인되었던 이유다. 그가 죽은 이유다”라고 썼다.

꾸리에. 236페이지. 1만5800원.

▲ 살갗 아래 = 토머스 린치 등 15명 지음, 김소정 옮김.

영국의 작가 15명이 각자 피부, 눈, 코, 폐, 심장, 갑상샘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부분에 관해 쓴 에세이를 모았다.

흔히 몸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에서 보게 되는 찬양이나 비탄과 같은 감정적 발산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얽힌 몸에 관한 이야기, 각 장기가 맡은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로써 인생에 관해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이야기다.

작가들이 가장 많이 노래했음 직한 장기인 심장이 빠지고 맹장이나 담낭, 창자, 갑상샘 같은 기관이 다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로 부모를 잃은 잠비아 출신 작가 카요 칭고니이는 피에 관해 언제나 당혹스럽고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대학 보건실에서 받은 HIV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비로소 그것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나이지리아 출신 키분두 오누조는 갑상샘 이상으로 심장이 너무 빨리 뛰게 된 이모부 사례를 말머리 삼아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가 되도록 애쓰는 나비넥타이 모양의 용광로’인 갑상샘의 놀라운 기능에 대해 찬탄을 쏟아낸다.

소설가 겸 시인 패트릭 맥기네스는 귀야말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기관으로 언제나 열려 있으며 쉬지 않고 활동한다면서 “심지어 들을 것이 전혀 없을 때조차 귀는 맥박이 뛰는 소리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피의 소리를 듣는다”고 썼다.

아날로그. 256쪽. 1만4000원.

▲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윤성철 지음.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인 저자가 교양과목 ‘인간과 우주’에서 진행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빅뱅’은 왜 일어났는가’, ‘아주 먼 미래의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이 우주 안에서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우리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할까’와 같은 근본적 질문의 해답을 안내한다.

저자는 별을 구성하는 물질과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이 같다는 사실을 여러 과학적 근거와 이론들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별 내부에서 합성되는 물질은 별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순환 과정을 통해 우주로 퍼져나가 별과 별 사이를 떠도는 생명의 씨앗이 되며 이는 다시 새로운 별로 탄생하거나 지구에 떨어져 우리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된다.

또한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 중 하나인 수소는 빅뱅을 통해 우주에 존재하게 된 물질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 몸은 빅뱅의 순간을 기억하는 우주 그 자체인 동시에 별에서 온 먼지”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21세기북스. 272쪽. 1만7000원.

▲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 서민아 지음.

물리학 박사이자 한국과학기술원(KIST) 책임연구원 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인 저자가 명화에 담긴 물리학의 핵심 개념과 원리를 풀이한다.

책에 따르면 미술에서 빛을 탐구하는 작업은 호이겐스가 빛이 ‘파동’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빛에 관한 물리학적 논쟁을 점화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렘브란트와 베르메르는 그림에서 조명에 불과하던 빛을 그림 안으로 끌어안았다.

이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미술계에 등장한 신인상주의, 입체주의, 야수파, 초현실주의, 옵아트 등 다양한 사조는 빛의 정체를 분석하고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이론이 끊임없이 등장해 증명과 반박을 거듭하며 이뤄진 현대 물리학의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

쇠라의 작품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가득 채운 작은 점들은 물리학을 바탕으로 치밀히 계산한 결과다. 점묘법을 개발한 쇠라는 “누군가는 내 그림에서 시를 보았다고 하지만 나는 오직 과학만 보았다”고 말했다.

저자는 “미술과 문학, 음악 등 예술은 사실 과학과 매우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특히 미술은 물리학 및 광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면서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뮤즈가 인문학이었다면 그 이후 예술가들의 뮤즈는 물리학이었다”고 주장한다.

어바웃 어 북. 414쪽. 1만8000원.

▲ IMF, 불평등에 맞서다 = 조너선 오스트리 등 3명 지음, 신현호 등 3명 옮김.

신자유주의에 경도됐다는 비판을 받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등한시하던 불평등 문제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종합했다.

2007~2008년 세계 경제 대침체를 지켜본 저자들은 IMF의 기존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고 불평등 연구를 진행한 끝에 불평등은 성장에 필요하거나 유리하게 작용하기는커녕 경제를 악화한다는 것을 구체적 자료를 통해 증명해낸다.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 패턴을 분석한 결과 경제성장의 지속성에 관련된 요인은 많았지만 소득분배와 불평등은 성장의 지속기간과 연관성이 가장 뚜렷한 요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1965년부터 1990년 사이에 급속하게 성장한 동아시아와 그러지 못한 중남미 국가들의 차이는 이로써 설명할 수 있다.

또 부자들로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를 재분배하는 것은 과도하지만 않다면 결코 성장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가 좀 더 평등할 때 성장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상세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지난 30년간 시행한 거시경제적 규율, 시장 자유화를 위한 구조 개혁, 자유무역 및 자본과 노동의 이동을 통한 시장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3종 정책 세트’가 평균소득을 증가시키고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들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일반적 인식에는 저자들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커다란 편익은 평등하게 나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판단이다. 미국과 많은 선진국 경제에서 중위소득은 정체됐고 많은 나라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줄었으며 모든 선진국 경제와 몇몇 신흥시장에서 국가 내부의 불평등이 증가했다.

따라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의 추구는 평균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을 위해 필요하고 바람직하지만 이들 정책의 분배 결과를 인식하고 사전적으로는 더 나은 정책 설계를 통해, 사후적으로는 재분배 조치를 통해 다뤄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생각의힘. 436쪽. 1만8000원.

▲ 왜 우리에겐 기본소득이 필요할까 = 말콤 토리 지음, 이영래 옮김.

일정 금액을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에 가장 적합한 복지 유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가 보기에 기존 선별적 수당 시스템은 불합리하고 불편한 점이 많다. 복지를 ‘찌꺼기’로 만들고 그 대상자들에게 ‘낙인’을 찍고 ‘수치심’을 갖게 한다. 이에 기초가 되는 자산조사는 적지 않은 사기와 범죄, 행정적 실수를 유발한다.

선별적 수당 위주의 기존 복지 체계는 시간제 고용이나 우버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단기고용 등 불안정한 노동자 계층, 이른바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느는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의 주된 논거인 재정적 실현 가능성에 관해 저자는 영국웨일스공인회계사협회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4가지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4가지 대안은 ‘모두 한 번에, 그리고 자산조사에 기초한 수당들의 폐지’, ‘모두 한 번에, 그리고 자산조사에 기초한 수당들의 유지’, ‘강화된 아동수당으로 출발해서 16세 연령집단부터 시작하는 점진적 시행’, ‘자원자들로부터 시작’이다.

저자는 이상적인 시뮬레이션 모델과는 달리 실제 시행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겨날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개혁으로 전 지구적으로 겪는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첫걸음들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각이음. 1만8500원

▲ 위코노미 = 크레이그 킬버거 등 3명 지음, 이영진 옮김.

민간기업, 자선단체, 사회적 기업에서 전문성을 쌓은 저자들이 비즈니스와 사회적 대의 실현을 함께 추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두 목표에 관해 모두 성공을 거두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탐구한다.

‘위코노미(Weconomy)’는 ‘우리(W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목적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위코노미’ 선구자로 오프라 윈프리와 리처드 브랜슨, 제프 스콜을 든다. 윈프리는 건강과 운동, 인간관계, 문맹 퇴치와 같은 문제들을 다루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왕성하게 기부 활동을 하며, 브랜슨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핵심 비즈니스를 사용하고 이렇게 만든 기업 이미지를 이익 창출에 활용한다. 스콜은 기후변화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수익 면에서도 성공을 거둔 영화 ‘불편한 진실’을 만드는 등 영화산업이라는 ‘돈벌이 기계를 사회현안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도구로 삼는다.

저자들은 각자의 경력을 바탕으로 이들 3명의 선구자처럼 ‘위코노미’에서 성공을 거두는 방법을 소개한다.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어라’, 자신의 대의를 찾아라’, 액션 플랜을 세워라’, ‘주변 네트워크를 동참시켜라’, ‘목적을 설득시키는 방법’, ‘돈을 들이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법’ 등이다.

한빛비즈. 416쪽. 1만8000원.

▲ 소금, 지방, 산, 열 = 사민 노스랏 지음, 제효영 옮김.

20년 경력의 저명한 요리사가 소금, 지방, 산, 열의 4가지 요소만 숙달하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서 그 비결을 소개한다.

저자는 1부에서 자신의 주방 경험과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요리사들로부터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이 4요소 각각의 특성과 여러 요소가 어떻게 뒤섞이고 어우러지는지를 이야기한다.

소금은 쓴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데 적절한 형태의 소금을 적절한 시점에 적정량만큼 넣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은 풍미를 강화하고 질감을 형성한다.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지방으로는 올리브유, 버터, 씨앗이나 견과류 오일, 돼지나 소 그름과 같은 동물성 지방 등이 있다.

산이 내는 신맛은 우리 입안에서 침을 형성시키는 한편 다른 맛과 대비돼 식감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레몬즙, 식초, 와인, 치즈, 발효식품, 커피, 초콜릿, 토마토 등이 신맛을 내는 재료다.

열은 음식의 맛과 질감에 영향을 준다. 약한 불로 오래 끓이기, 삶기, 졸이기, 중탕, 찌기, 스웨팅, 튀기기, 브로일링 등 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리법도 천차만별이 된다.

2부에서는 ‘실전 레시피’ 100여가지와 수십 가지 변형 아이디어를 공개한다.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달리 앞서 설명한 4대 요소의 원리를 새겨가며 요리의 근본 원리에 도달하도록 안내한다.

세미콜론. 470쪽. 3만3000원.

▲ 소리 잃은 음악 = 로빈 월리스 지음, 홍한결 옮김.

‘악성’, ‘반신반인’, ‘괴팍한 천재’와 같은 수식어에 둘러싸인 베토벤 신화에서 탈피해 귀먹은 베토벤의 창작 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탐구한다.

베토벤 음악을 평생 연구한 음악학자인 저자는 아내 바버라에게 닥친 청력 상실을 10여년간 곁에서 지켜보면서 비슷한 청력 문제를 겪은 베토벤 말년을 탐색해나갈 통찰과 동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아내의 장애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길잡이 삼아 청력 상실 후 베토벤 작곡활동을 음악학과 의학의 관점으로 규명하며 베토벤이 장애를 정녕 ‘극복’한 것인지, 그가 써낸 음악이 과연 극복의 산물인지에 관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간다.

이를 위해 베토벤이 남긴 방대한 스케치와 자필 악보, 서간, 필담 노트 등 다양한 기록을 살핀 것은 물론 베토벤이 쓴 여러 종류의 피아노와 ‘청취 기계’, 작곡 도구를 연구하고 직접 체험했다. 베토벤이 19세기 초에 쓴 피아노와 공명기의 복원을 시도한 이들과 접촉해 복원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 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작업과 분석을 토대로 저자는 말년의 베토벤이 리드미컬한 곡, 짧고 귀에 꽂히는 동기를 활용하는 곡을 많은 쓴 것은 난청인이 리듬을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짧고 특징적인 선율 조각이 청각 기억에 담기 쉽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베토벤의 음악적 위대함은 청각 장애를 극복한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귀가 멀면서 기존의 방법들을 조금씩 개선해 간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마티. 408쪽. 2만원.

▲ 프론티어 걸들을 위한 과학자 편지 = 유윤한 지음.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아프리카 종교와 문화를 연구한 탐험가 매리 킹슬리, 아폴로 13호를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게 한 수학자 캐서린 존슨에 이르기까지 여성 과학자들의 도전과 성취를 편지 형식으로 기록했다.

책에 실린 여성 과학자들 배경은 다양하다. 핵물리학자 우젠슝 부모는 딸을 위해 학교를 세울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던 반면에 킹슬리 부모는 딸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집안일만 시키며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과학 분야에서 배척과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실력을 발휘해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의지가 강했고 용기가 굳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궁리. 344쪽. 1만7000원.

▲ 글로벌 그린 뉴딜 =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우리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서 초래한 기후변화가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종을 여섯 번째 대멸종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임박한 현실을 의식하지 않으며 심지어 대다수는 알지도 못한다.”

선구적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울리는 경고음이다. 이와 관련해 유엔 산하 과학 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2018년 10월, 지구온난화가 가속 중이며 곧 일련의 기후 이변으로 지구상 생명체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매우 심각한 경고를 내놨다.

당시 IPCC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도만큼 올려놓은 것으로 추산하며 만약 그것이 1.5도라는 한계점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고 그에 따른 엄청난 기후 이변들로 지구 생태계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될 것으로 예측했다.

어디 그뿐인가. 하버드 대학 저명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역시 “인간의 활동에 의한 생물종의 멸종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금세기 말까지 모든 종의 절반 이상을 제거하기에 충분할 만큼 빠르다”고 전망한다. 금세기 말이라면 지금의 유아들이 노년을 보낼 시기다.

‘글로벌 그린 뉴딜’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이 같은 경고음을 책 서문에서부터 비장하게 울려댄다. 지구가 마지막으로 대규모 멸종 사건을 경험한 것은 6천500만 년 전이었다. 저자는 ‘그러한 환경의 심연을 피하려면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를 줄여야 한다’는 IPCC의 결론을 상기하며 “그 일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고작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거듭 환기한다.

이번 저서는 현시대 지구적 중대 과제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다뤘다. 그리고 전 세계의 미래, 인류, 같이 살아가는 동물, 공동의 행성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의 명저로 큰 울림을 낳은 저자는 “지금 우리가 문명의 방향을 급진적으로 재설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고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공기의 수분 보유 용량은 7% 증가해 구름에 더욱 많은 물이 집중된다. 그 결과 극단적인 강수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 겨울의 극심한 한파와 초대형 폭설, 봄의 파괴적 홍수, 여름의 장기적인 가뭄과 끔찍한 산불, 치명적인 3·4·5등급 허리케인 등이 모두 물과 관련된 사건이며, 이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 그리고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저자가 책에서 핵심어로 내놓은 ‘그린 뉴딜’은 1930년대에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동원한 ‘뉴딜 정책’과 유사한 비상 대책이라는 의미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무사히 헤쳐나가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의 밑그림을 세계와 공유하고자 한다. 그의 뉴딜 목표는 이렇다.

“향후 10년 내에 청정 재생 가능 자원으로 내수 전기의 100%를 생산한다. 국가의 에너지 그리드 및 건축물, 교통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한다. 에너지 효율을 증대한다. 녹색 기술의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그리고 새로운 녹색 경제에 걸맞는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 주요 부문들은 빠르게 화석연료에서 이탈해 갈수록 저렴해지는 태양력과 풍력 에너지로 갈아탄다. 리프킨은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 산업에서 발생할 엄청난 좌초 자산이 2028년 무렵이면 탄소 버블을 터트리며 화석연료 업계와 결전을 치르게 된다고 전망한다.

여기서 말하는 좌초 자산이란 수요 감소로 채굴되지 않고 남게 되는 모든 화석연료를 포함해 버려지거나 폐기되는 송유관과 해양 플랫폼, 저장 시설, 에너지 생산 설비, 예비 발전소, 석유화학 공정 시설, 그리고 화석연료 문화와 밀접히 결합한 일체의 산업을 이른다. 저자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책임이 있는 4대 핵심 부분, 즉 정보통신기술과 텔레콤 부문과 전력 및 전기 유틸리티 부문, 건축물 부문이 화석연료 산업과 절연하고 저렴하고 새로운 그린 에너지를 채택하게 된다며 화석연료 산업 안에서 10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좌초될 거라고 예측한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자동차 산업이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내연 차량에서 녹색 재생 전력으로 구동되는 전기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됨은 그린 뉴딜 추세를 잘 말해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2025년까지 모든 차량 중 25%, 2035년까지는 80%를 전기 차량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저자는 “한때 무적으로 보였던 화석연료 부문은 이제 우리 목전에서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며 “지금 미국과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린 뉴딜’이다”고 거듭 강조한다.

“탄소 버블은 이제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거품이 될 전망이다. 화석연료 부문의 붕괴는 불과 2~3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속도와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계속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석유산업과의 대결에 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잿더미로부터 녹색 문화를 구축하는 과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는 탄소 제로 경제로의 전환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모든 지역과 공동체에서 정부의 행동을 촉구해 모두 함께 생태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민음사. 328쪽. 1만8000원.

▲ 윤이후의 지암일기 = 윤이후 지음, 하영휘 외 옮김

“일식이 있었다. 일식 때문에 재계(齋戒·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을 멀리함)했다. 정월 초하루여서 업무를 보지 않았다.”

해남 윤씨 사대부 지암(支菴) 윤이후(1636∼1699)는 1692년 1월 1일 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날 윤이후 근무지인 전남 함평에는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었고, 늦은 아침부터 바람이 불면서 어두워졌다.

그는 이날 일기에서 “읍내를 상촌과 하촌으로 나누어 대나무를 하나씩 들고 다투어 관아 문을 들어가는데, 남녀노소가 일제히 나와 승부를 겨룬다”며 세속의 관례를 소개했다.

남인 출신인 윤이후는 이때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699년 9월 9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다. 그 책이 바로 ‘지암일기’다.

해남 녹우당이 소장한 지암일기 완역본이 출간됐다. 하영휘 성균관대 교수와 문숙자 서울대 객원연구원, 김영두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이문현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등 연구자 8명이 2013년 11월부터 격주로 세미나를 열어 번역한 성과물인 ‘윤이후의 지암일기’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있는 복제 파일을 저본으로 삼았는데, 1692년 1∼7월 부분은 마모가 심해 옮기지 못했다.

윤이후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지만, 일가는 유명하다. 조부가 고산 윤선도이고, 아들이 공재 윤두서다. 윤두서는 나중에 종가 형인 윤이석에게 양자로 보냈다. 지암은 1689년 증광문과에 급제해 1691년 함평현감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관직에서 물러나 해남 팔마 농장으로 갔다.

윤이후 작품으로는 ‘일민가’(逸民歌)라는 가사가 알려졌다. 지암일기에 실렸는데, 그는 관복을 벗을 때 심정을 “세상이 날 버리니 나도 세상 버린 후에/ 강호에 임자 되어 일없이 누웠으니/ 어즈버, 부귀공명이 꿈이었던 듯하여라”라고 노래했다.

지암일기는 당대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윤이후가 일기를 집필할 무렵인 숙종 20년(1694) 갑술환국이 일어났다. 1689년 기사환국으로 집권한 남인이 폐비 민씨 복위를 꾀하던 정파를 제거하려다 화를 입고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남인이 남해안 섬으로 유배됐는데, 지암은 그들과 교류하면서 마음을 살폈다.

아울러 지암일기에는 17세기 말 조선에 닥친 재난이 기록됐다. 그는 1696년 4월 일기에 “길을 떠난 후 나주 위로는 보이는 참상이 더욱더 심하다. 논값이 1섬(15말) 혹은 2섬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사람값은 1섬에도 못 미친다. 죽은 사람도 이루 셀 수가 없다”고 적었다.

또 윤이후는 점쟁이·의원·장인·악사·가수·걸인·노비에 대해 묘사하고, 자신이 받은 선물도 기술했다. 예컨대 1693년 8월 9일에 곡성현감에게 부채 6자루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글로 남겼다.

역자들은 일기를 충실히 번역하는 한편, 일기에 등장하는 인물 180여 명을 간략히 설명한 소사전과 고지명 600여 곳의 현재 위치를 정리해 수록했다. 윤이후 가계도와 지도도 실었다.

너머북스. 1272쪽. 5만8000원.

▲ 지복의 성자 =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매일 빈곤에 허덕이고 억압과 멸시를 받는다고 해도 “내일도 이렇게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있다. 자유, 인권, 복지 같은 단어는 이들에게 사치일 뿐이다.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받았던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2017년 신작으로 내놓은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문학동네 펴냄)는 이런 참혹한 현실을 형상화하며 비루한 이들을 어루만진다.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인도 델리와 카슈미르 지역을 배경으로 장대한 인간사가 펼쳐진다. 무려 10년간 집필한 작품이라고 한다.

계급, 종교, 파벌 등 인간이 만들어놓은 족쇄에 의해 일상이 갈등과 억압에 놓인 인도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자유가 없는 노예와 같은 삶을 대다수 민초가 살아야만 하는 비극의 땅 인도. 게다가 여러 부당한 권력에 의해 이뤄지는 학살과 가혹행위는 억압 속 현실에서 적어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고마운 일로 느껴지게 한다.

작가는 이런 혹독한 인도인의 삶을 타자를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이 아닌, 철저히 내부자의 시각으로 형상화하며 공감하고 어루만진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카슈미르에서 끊임없이 계속된 분쟁과 내전, 2002년 구자라트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어진 대량 학살 등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썼기에 더욱 현실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작가는 인간의 무지, 이념, 교조적 사고, 확증편향 등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작품 곳곳에서 드러낸다.

다만 단순히 문제의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오류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길을 모색한다. 작가가 말한 ‘지복의 성자’는 페르시아 출신 성인 ‘하즈라트 사르마드’이다. 그는 알라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자 이슬람 신앙고백문의 형식적 암송을 거부하다 처형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성자가 된다.

이는 다양성과 상호 이해, 사랑이라는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함축한다.

남녀 성기를 함께 지닌 채 태어난 ‘히즈라’(제3의 성)가 역경을 극복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안식처를 건설하는 이야기, 네 명의 남녀 친구가 불가해한 운명 속에서 얽히고설키며 겸허히 삶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인간성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말한다.

로이는 1997년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 작가로 이름을 알렸고, 사회운동가와 영화인으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다양한 글을 썼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문학동네. 588쪽. 1만6500원

▲ 슈퍼보스 = 시드니 핑켈스타인 지음. 이진원 옮김.

패션계 대부 랠프 로런, 일류 요리사 앨리스 워터스, 광고계 거물 제이 치아트 등등. 이들은 다른 리더와 달리 ‘특별한 성공’을 거뒀다. 자신만 성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 후배들 또한 성공하게 이끌었다는 점에서 다른 리더들과 차별화한다. ‘슈퍼스타’가 자신만 빛나게 한다면, ‘슈퍼보스’는 자신과 더불어 다른 사람까지 빛나게 한다.

미국 경영학자인 저자는 IT업계, 스포츠계, 광고계, 식료품계 등 다수 업계 리더와 인터뷰하면서 슈퍼보스의 패턴과 특징을 발견해냈다. 슈퍼보스의 정의와 전술, 이들의 경영방식을 탐구한 이번 책은 그 결과물이다.

슈퍼보스들은 인재를 육성한다는 큰 틀에서 보면 같지만, 직원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느냐에 따라 전통 파괴형, 최고 지향형, 그리고 양육형으로 나뉜다. 전통 파괴형 슈퍼보스는 자기 비전에만 골몰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키운다. 최고 지향형에게는 인재 육성보다 승리가 더 중요하며, 양육형 슈퍼보스는 부하직원의 성공에 깊은 관심을 쏟는 자애의 리더다.

저자는 “이들 슈퍼보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일에 엄청난 자신감을 보이고, 경쟁을 추구하며,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해 열정적으로 꿈꾸고 실현키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문학동네. 356쪽. 1만8000원.

▲ 군자론: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 = 이한우 지음.

군주들의 스승으로 평가받는 공자의 언행 기록을 통해 리더의 본질과 일에 관해 통찰했다. ‘도덕군자’라는 말 함의하듯, 우리는 ‘일’이 아닌 ‘도덕’이라는 토대에서 군자를 인식해왔다. 하지만 공자는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안분지족(安分知足)으로 상징되는 책상물림 선비야말로 배척해야 할 ‘소인 중의 소인’으로 규정했다.

저자에 따르면 철저하게 일이 되게 하는 리더만이 군자이며, 일의 결과를 예측하는 경계심과 주도면밀함, 중용, 헤아리는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일하는 리더로서 군자의 자질을 갖출 수 있다. 리더의 말은 공적인 것이고, 일이 전제돼 있을 때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자는 군자에게 백성의 삶과 직결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인의예지(仁義禮智)마저 무용하다고 봤다. 이와 함께 위급한 민생이라면 도덕적 기준보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관점에서 일에 임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 바로 군자의 실체라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쌤앤파커스. 288쪽. 1만6800원.

▲ 처음 리더가 된 당신에게 = 박태현 지음.

처음 리더가 이끄는 팀과 베테랑 리더가 이끄는 팀 중 어느 팀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둘까? 조직개발 전문가인 저자는 의외로 처음 리더가 베테랑 리더보다 조직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 비결은 바로 ‘초심’에 있다. 결심이 바로 서 있는 리더는 비록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실행력을 갖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일을 추진한다. 만약 이제 막 팀장이 됐다면, 처음 리더인 그는 역량을 발휘하게 아주 좋은 시점에 있다는 것이다. 개정증보판인 이번 책은 성과를 높이는 업무 지시의 기술부터 생산적 회의를 위한 리더의 자세, 트러블메이커 팀원에 대처하는 법 등 실무적 방법까지 일러준다.

중앙books. 300쪽. 1만8000원.

▲ 상속 =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가족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행복의 근원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가혹하게도 세상에는 자신의 선택이나 노력과 무관하게 감당해야 하는 운명도 있다.

지난해 공쿠르상 수상 작가 장폴 뒤부아의 2016년작 장편소설 ‘상속’(밝은세상)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뒤부아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 집중해온 작가다. ‘상속’은 여기에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했다.

주어진 삶이 숨쉬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고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설은 당황스러울 만큼 암울하고 기괴하며 비극적인 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폴 카트라칼리스는 가족에게서 오는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친다. 할아버지는 스탈린 주치의였다. 스탈린이 죽자 뇌 조각을 훔쳐 도망친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대성당에서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할아버지 죽음은 시작일 뿐이다. 어머니는 차 안에서 배기가스로, 삼촌은 애마처럼 아끼던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250㎞로 공원 벽을 들이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폴의 유일한 낙은 프랑스와 가까운 스페인 바스크 지방 전통 스포츠인 펠로타였다. 펠로타를 할 때면 근심과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상실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폴은 탈출하듯 고향 툴루즈를 떠나 미국 마이애미 펠로타 구단에 입단한다. 그곳에서 경기를 즐기고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처음으로 행복한 삶을 맛본다.

그러나 하루하루 반짝이던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마지막 남은 가족 아버지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비보에 집으로 돌아가 잠시 잊었던 불안과 상처와 다시 마주한다.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던 폴은 뒤늦게 가족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된다. 자신도 비극의 유전자를 가진 가족 일원임을 깨닫는다.

폴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남은 자는 어떻게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절망적이고 부조리하지만 폴은 계속 출구를 찾는다.

작가는 이 역시 삶이라는 듯 폴의 시점에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상 누구에게나 좋든 싫든 고통은 주어진다는 점에서 폴 이야기는 모두에게로 확장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 아래 잔혹한 가족사가 펼쳐지지만, 마냥 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문득문득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 최종심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다른 작품으로 공쿠르상을 받았다.

작가가 던진 질문에 명확한 정답은 없다. 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택했을 뿐이다. 작가의 지난해 공쿠르상 수상작 제목은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이다. 

밝은세상. 376쪽. 1만5000원

▲ 눈이 초승달 닮은 아이 = 이춘해 글. 전병준 그림.

작가가 손녀를 위해 쓴 선물 같은 동화라고 한다.

주인공 봉지는 발달장애가 있다. 신체와 지능 발달은 빠르지 않지만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다.

산책과 자연 관찰을 좋아하는 봉지가 며칠 동안 밖에 나오지 않자 동물 친구들은 봉지를 걱정한다. 길을 물어가며 함께 봉지를 찾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사랑과 배려, 상상력을 배운다.

해드림출판사. 56쪽. 1만3000원.

▲ 세계음식 백과사전 = 알레산드라 마스트란젤로 글. 알레그라 알리아르디 그림. 황지영 옮김.

세계 57개국 대표 음식과 식재료, 식단, 조리법, 음식 문화 등을 상세히 담았다. 음식의 유래와 독특한 향신료, 각국의 다양한 빵, 음료 등에 대한 정보도 있다.

예쁜 그림과 일러스트가 이해를 돕고 책 읽는 재미도 준다.

그린북. 128쪽. 2만2000원.

▲ 우주 속으로 = 헤더 알렉산더 글. 안드레스 로사노 그림. 우순교 옮김.

‘바닷속으로’와 함께 네버랜드 플랩북 시리즈로 나왔다.

플랩을 들춰보며 정확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직접 확인하며 궁금증을 해결한다. 우주의 역사, 우리 은하와 태양계 등에 대한 흥미로운 해설이 담겼다.

시공주니어. 16쪽. 1만4500원.

▲ 귀 기울이면 들리는 새 관찰 사전 = 나탈리 토르주만 글. 쥐디트 게피에·쥘리앵 노르우드 그림. 이정은 옮김.

환경 전문작가가 쓰고 조류학자가 삽화를 그렸다. 새의 생태, 먹이, 번식, 이동, 서식지 등을 알려준다.

타임주니어. 92쪽. 1만4000원.

▲ 모든 것은 상대적이야 = 줄리아 수이 글. 몰리 왈시 그림. 위문숙 옮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시간이 사람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물리학 법칙 등을 그림을 곁들여 어린이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주니어김영사. 40쪽. 1만3000원.

▲ 넌 특별한 아이야 = 사라 페니패커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원지인 옮김.

보스턴글로브 혼북상을 받고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최우수 아동도서로 선정했다.

산만하고 에너지 넘치는 주인공 아이가 겪는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다.

보물창고. 144쪽.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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