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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박광현/김건모

[노랫말 밑줄]

2020. 03. 10 by 차철호

#1. 그 친구 S

봄비 추적추적 내리던 밤, 월요일마다 모여 국가 미래와 세계 평화를 논하고 작당하는 월드클래스 수준의 무리의 정모 자리.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위아더월드를 논하고 코로나19를 물리칠 태권브이 구상을 하고 토론을 하며 비말을 아낌없이 날리던 밤. 톡톡톡 빗소리에 이끌려 그 친구 S와 함께 바깥공기 접선하던 찰나, 옆집 가게 스피커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던 노래. 그리고 그 대목.

살아간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함께 숨쉬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든든한 벽은 없을 것 같아
그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내 맘을 적시는구만. 거리는 비에 젖고 나는 노래에 젖고, 기막힌 BGM이야."
 불콰해진 S 중얼중얼.

#2. 어느해 결혼기념일

경제적으로 투박했던 그날그날들. 지금도 사정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지만 더 기가 막혔던 날들. 그러다 맞은 4월의 결혼기념일. 기념일은 사치였던 타임라인, 선물은커녕 현실의 벽을 깨치기도 만만찮았던 그 때. 아내에게 너무도 미안해서 준비한 게 노래메시지였다. 몇 줄 편지와 기타 치며 부른 노래 파일을 준비하는데… 이 노래, 왜 그리 눈물 쏟게 만들던지 ….

우리 힘들지만 함께
걷고 있었다는 것
그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는 없지
복잡한 세상을
해결할 수 없다 해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다가올 거야.

#3. 집으로 가는 길

가는 방향이 같았던 S와 거북이걸음처럼 발걸음을 옮긴다. 터벅터벅, 몇 걸음 걷다가 말문을 여는 S. 아까 들었던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고. 가방에서 잠자고 있던 휴대용 스피커를 깨워 다시 듣는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우린 각자의 길을 향해 걸었고 잠잠하던 빗소리는 페이드인 페이드아웃을 반복했다.

S와 헤어지고 난 후 내 머리 속은 그가 던졌던 많은 이야기들이 지배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이었구나, 그러한 삶을 살고 있구나. 나는 과연 그런 그에게 어떤 힘이 될 수 있을까. '든든한 벽'이 될 수 있을까.

몇 분 뒤 그에게서 온 메시지 알림 소리가 톡톡 들렸다. 

"노랠 듣는데 추잡스럽게 눈물이 나네. 취했나봐."

울고 싶었던 적
얼마나 많았었니
너를 보면서
참아야 했었을 때
난 비로소 강해진
나를 볼 수 있었어
함께하는 사랑이
그렇게 만든 거야.

김건모와 박광현이 부르는, 혹은 노을이 부르는 이 노래 '함께'를 또 들었나 보다.
You Never Walk Alone.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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