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장>
대중문화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열풍이라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는 ‘애니팡’이 대세이다. 스마트폰 필수 어플인 ‘카카오톡’을 매개체로 만들어졌다는 애니팡은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실로 대단한 파급력이다. 성질 급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확산이 유난히 빠르다고 알려진 대한민국이라지만 불과 3개월 만에 2000만 명이 가입해 열광하는 데는 분명 뭔가 진한 매력이 있을게 분명해 보인다.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애니팡은 낮 시간대 동시접속자가 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개 한 번 접속하면 기본 1시간은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난데없이 애니팡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기 시작한 것이 3개월가량 된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게 있나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초대문자가 나중에는 무척 짜증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정을 넘어선 시간에 날아오기가 일쑤고 한창 업무가 바쁜 시간에도 초대문자를 받는 일이 부지기수이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공해 수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애니팡 관련 웃지못 할 일화도 많아 헤어진 옛 애인이 난데없이 초대문자를 날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학교 은사님에게서 초대를 받았다는 사례도 들었다. 어떤 이는 모 대학 총장으로부터 초대를 받고 무척이나 황당했다는 뒷얘기도 털어놨다.
절교한 옛 애인에게 초대문자를 보내게 하는 정도라니 애니팡의 위력을 실감하겠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가 있기에 저렇게들 열광하나 궁금증이 컸지만 ‘지금껏 안 하고도 지냈는데 이제서 뭘 하나’ 싶은 마음에 초대문자가 날아와도 이제는 무시하고 마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어떤 매력이 있기에 온 국민을 그토록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떨치기가 어렵다. 애니팡 인기도 조금은 누그러들었나 보다. 초대문자 날아오는 건수가 크게 줄었다. 듣자 하니 또 다른 인기 게임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드래곤 플라이트’라는 게임이 급 확산되고 있고, ‘아이러브커피’라는 게임도 이미 1000만 명 가입자를 넘어섰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이 무섭게 확산되면서 업무 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어나자 각 직장마다 소속 장이 ‘근무 중 게임 중지령’을 내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공무원 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 여러 기관 및 단체장이 공공연하게 게임 중지령을 발표했다. 그만큼 게임으로 인해 근무태만 등 역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니팡의 열풍이 끝나도 유사한 스마트폰 게임은 계속 출시돼 온 국민을 게임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짐작컨대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 개발되고,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사회문제로까지 부상하는 환경을 가진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다수의 국민들이 정치나 경제, 사회 등 현실적으로 직면한 문제에 무관심을 보이며 말초적인 게임과 동영상을 즐기는데 열중한다는 점이다. 당장 국가지대사인 대통령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무관심한 일면을 보이고 있다. 진지하게 각 후보들의 공약을 살피고 내 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며 고민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나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정도이다. 젊은 층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무관심을 반영하듯 역대 선거의 투표율은 해가 갈수록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에서 70%를 웃돌던 투표율은 4년 후 17대 대선 때 62.9%로 떨어졌다. 대선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경우, 2000년대 이후 40~50%대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보궐선거는 언제나 30%대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무언가 안 풀리고 꼬이면 너무 쉽게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향해 일갈을 가하는 한국인들. 그러나 스마트폰 게임에는 열광하면서 정작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선거에는 점점 더 무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혹자들은 말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자들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욕할 자격도 없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