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밥 안 먹을래. 작은 형이 고깃국에 있는 건데기를 다 건져먹어서 이제 국물만 남았단 말이야.’

굳이 내용물이 별것 없어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국도 많이 있지만 건더기 없는 고깃국은 국물만 먹기에는 왠지 섭섭함을 떨칠 수가 없다. 더구나 누군가 다 건져먹었다면 말이다. 위 글에서 국물 이외의 내용물을 지칭하는 ‘건데기’는 ‘건더기’의 잘못이다. 많이들 ‘건데기’라는 표현을 쓰지만 ‘더’가 뒤에 따라오는 ‘기’ 때문에 ‘ㅣ’모음 역행동화를 일으켜 ‘데’가 된 것이지만 이렇게 바뀐 ‘데’는 인정하지 않으므로 ‘더’라고 분명히 써야 한다. ‘덤터기’를 ‘덤테기’라고 잘못 사용하는 것도 같은 경우다.

‘건더기’는 ‘국이나 찌개 따위의 국물이 있는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국물 이외의 것, 액체에 섞여 있는, 녹거나 풀리지 않은 덩어리’를 뜻한다. 이 밖에도 ‘거짓말 하려고 해도 뭐 말할 건더기가 있어야지.’처럼 내세울 만한 일의 내용이나 근거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쓰인다. 또 ‘내게 돌아오는 건더기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돕겠습니까?’처럼 ‘노력을 들인 대가로 들어오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도 사용된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을 발표했다. 지역 정당 선진당이 없어지면서 충청권이 앞으로 건더기 없는 국물 신세가 될지, 현안이 해결되고 위상이 제고되는 호재로 작용할지 자못 궁금하다.

<본사 상무/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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