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손님' 모집 ··· 업소 안 식당까지 갖춰
3~4개월 간격 자리옮겨 촘촘한 단속망 피해다녀
대전 도심 곳곳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우후죽순 확산되고 있다.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한 때 잠잠해지나 싶었던 불법 사행성 게임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는 재미로, 누군가는 한탕을 노리고 발을 들이지만 통제 불능의 늪과 같아서 결론은 쪽박 차기 일쑤인 사행성 게임.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고 나름 촘촘하다는 공권력 단속망을 무색케하는 신출귀몰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4일 대전지방경찰청, 불법게임장 관계자 및 이용자 등에 따르면 대전 유성을 중심으로 둔산, 용전동 등에서 6~7년 전 사라졌던 바다이야기, 황금성, 다빈치 등 다양한 불법 성인오락이 성업 중이다. 이들 업주는 점조직으로 영업망을 확보하고 인근 부여, 논산, 천안, 청주 등은 물론 멀리는 경남 진주, 대구, 전남 완도까지 전국적에서 이용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취재팀이 취재한 대전의 모 영업장의 경우 1차적으로 모집책을 두고 모집책으로부터 소개받은 손님만을 대상으로 영업 중이었다.
영업장을 안내한 모집책은 손님이 잃은 돈의 일부에 대해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100대 정도의 게임기를 보유한 이 영업장은 객장 안에 식당을 갖추고 있어 숙식까지 가능할 정도다. 손님 중 일부는 수일에 걸친 불법오락으로 가진 돈을 전부 잃고서야 자리를 일어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충북 괴산에서 남편과 함께 이 업소를 찾았다는 A(58·여) 씨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가끔 이곳을 찾는 편”이라며 “처음에는 고배당의 잭팟이 터지기도 했지만 근래들어 몇 천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푸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불법 사행성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전에서는 수십 군데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고객도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영업장에서 기계의 승률 등을 낮추다보니) 내장객들의 대부분은 입장 후 몇 시간 내 가진 돈을 다 잃고 지인들로부터 송금을 받아 오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날로 교묘해지는 수법은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불법오락실 단속을 위해 대전지방청 산하에 불법오락실 단속팀과 수사관을 두고 있으며 둔산, 중부, 동부경찰서에 3~4명의 단속팀을 두고 단속을 펼치고 있다”며 “불법영업장들은 한곳에서 3~4개월 영업을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영업을 함으로써 단속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하고 단속현장에 도착,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는데 많게는 3시간이 소요돼 그 동안 객장에서는 손님들을 비상 대피시키고 불법오락기의 화면을 초기화 하는 등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며 “업자들 대부분이 단속반원들의 차량 번호, 얼굴 등을 알고 있는 점도 단속의 실효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부여=김인수 기자 kiss@ggilbo.com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