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시황(秦始皇)도 재위시절 크게 한판 사기를 당했다. 하늘 아래, 땅위에서 그를 대적할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교만해진다. “짐이 마음먹어서 아니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며 인간이 넘봐서는 안 될 경지까지 침범하게 된다. 결국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다’는 망상에 빠져든다. 이때부터 사기꾼들이 하나 둘 꼬여들게 된다. 이때 서복(徐福)이라는 자가 나서 진시황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 건 올리게 된다. “배타고 동방으로 쭉 가면 봉래산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불로초가 있고 불사약도 널리 있답니다”며 꼬드긴다. 서복은 3000명의 동남동녀와 어마어마한 노자를 타내 줄행랑을 친다. 그러나 그는 막대한 예산을 뚝 따먹고는 영영 돌아올 줄 모른다. 사기꾼 서복이는 금강산으로 숨어들었다는 설도 있고 일본 어느 곳에 정착, 평생 잘 살다 숨졌다는 설도 있다. 진시황은 사기를 친 서복을 잡기위해 후발대를 조직, 수차 보냈으나 가는 족족 깜깜 무소식이였다. 천하의 진시황이 한두 번도 아니고 번번이 사기를 맞은 것이다. 진시황은 영원히 살겠다는 욕심에 이성을 잃은 것이다. ‘이 세상에 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더냐?’ 는 기초상식이 없었기 때문이니라.
진시황이 사기 맞은 것에 대해 사마천은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사기를 당한 것은 진실을 적어 놓은 책을 몽땅 불살랐으니 이를 분서(焚書)라 하고 죄 없는 유생들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해 유생 460명을 땅속에 매장한 사건을 갱유(坑儒)라 한다”고 아주 평범하게 기술 했다. 진시황이 사기를 당 한 후 벌인 화풀이였는데도 말이다.
사기(詐欺)는 국어사전에 ‘남을 꾀로 속여 해침’, ‘법률적으로는 남을 속여 착오에 빠지게 하는 위법 행위라’고 쓰여 있다. 사기를 치려면 상대편의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유창한 말솜씨는 필수다. 된장을 고추장이라고 믿을 정도로 혼을 빼 놓아야 한다. 얼버무리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실패 확률이 높다. 의상과 외모도 중요하다. 항상 깔끔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얀 티셔츠에 검정 정장을 입고 있어야 신뢰감이 생긴다. 주변 위장술도 필수다. 좋은 승용차를 몰고 자기 주변에 비서나 수행원이 항상 따라붙어 뒷일을 보살펴준다는 인상을 심어 놓고 있어야한다. 그래야 상대편을 한방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행각은 너무 치졸하다. 유명관광지나 휴양지로 데려가 알량한 구경 한번 시켜주고 엉터리 만병통치약을 판매하는 사기꾼들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고 늙게 마련이다. 늙는 다는 것은 죽음도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몸의 기능이 나빠져 여기저기 아플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이용해 건강보조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시켜 노인들을 등쳐낸다. 가진 자, 쥔 자를 등치면 그러려니 해도 노인을 등치면 치졸하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자식이 교통사고를 당해 합의금이 필요하다거나 군대 간 자녀가 용돈이 필요하다고 해 보낸 돈을 떼어먹는 보이스피싱도 우리 사회를 씁쓸하게 만든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해 약자에게 벌이는 사기는 저질에 가깝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다단계 조희팔 사건도 희대의 사기꾼이다. 사기를 치려면 그래도 서복 정도는 돼야 후에 사람들로부터 회자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 있다. 남을 속이는 행위는 사기지만 비슷한 말을 정치인들이 쏟아내면 공약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말은 신뢰감이 없고 한강에 빠지면 입만 둥둥 떠 다 닐 것이라고 한다. 성직자와 정치인이 한강물에 함께 빠지면 정치인부터 구해낸다고 한다. 정치인이 빠져죽으면 물을 더럽히기 때문이란다. 선거철에는 후보들이 각종 공약을 쏟아낸다. 어떤 것은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어떤 내용을 살펴보면 사기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이니 헛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 국민 사기를 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이 성큼 다가와 있다. 후보자들은 한결 같이 자신만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감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번 엔 우리 국민모두 사기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 되지도 않을 포퓰리즘 공약은 사기나 진배없다. 공약(公約) 이 공약(空約)으로 변하면 이것도 대국민 사기 행각이다. 임기 동안 꼭 이뤄낼 수 있는 공약만 쏟아내길 기대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