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독거노인등에 인술, 범죄피해자에도 도움 손길

건강한 치아는 민간에서 회자되는 오복(五福) 중 하나다. 자손이 많고 부부가 해로하는 인륜의 로망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치아는 잘 먹고 잘 삶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삼시 세끼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척도는 안중에 둘 수 없는 사치다. 불편을 운명처럼 끌어안고 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먼발치의 행복을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 유성구 반석동 에이스마일치과병원 대표병원장 박 철(44) 씨. 인술로 소외의 그늘을 보듬는 그는 못 말리는 봉사 중독자다.#1.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다“제 일의 연장선상입니다. 치과의사니까 이를 검진하고 시술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미미한 도움일 뿐 봉사라고 하기엔 부끄럽습니다.” 겸손한 박 원장이 베푸는 삶에 눈을 뜬 것은 단국대 치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던 20여 년 전이다.뇌하수체 이상으로 고통 받던 20대 여성이 정상적인 이를 갖고 싶다며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는데 사연은 감동전선을 타고 담당 교수를 거쳐 그에게 배정됐다.“모든 뇌하수체 환자들이 그렇듯 키 120㎝ 정도의 왜소한 체구에 치아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보통은 요절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얼마나 절박했겠어요. 두 달여 조각 수준의 치료에 공을 들였습니다.”지극히 평범한, 씹을 수 있는 새 삶을 선물한 그에게 감사의 편지가 연신 배달됐고, 의사의 직분을 곱씹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군의관이 된 의사 박 철은 이번엔 치매노인들과 조우한다. 용인의 한 수녀원이 운영하는 치매노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고, 그 인연이 눈에 밟혀 정기적인 진료로 이어졌다. “제가 고집부리기는 했지만 부대(3군사령부)에서 많이 배려해줬습니다. 늙고 병든 분들이라 손길을 많이 타셔야 했거든요.”#2. 또 하나의 업(業), 진화하는 진료봉사1997년 서울 서초동에서 개원했다. 어느새 몸에 밴 진료봉사는 당시 서초구보건소 내 장애인전용 치과로 향했고, 숱한 장애우들을 진료하며 그들의 애환을 어렴풋이나마 읽게 됐다. 2000년 천안에 의료 법인을 설립하고 주야장천 단내 나게 살면서도 관내 정신요양원 식구들을 돌봤다. 시나브로 중독된 봉사는 2006년 물설고 낯 설은 대전에 병원을 열며 진화한다. “유성 장애인 복지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만 족히 7000-8000명은 됩니다. 그 분들에게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해주시던 선배님이 도움을 청하시더군요. 공주에 사시며 연세가 70이 넘으신 분입니다. 그 뜻을 받들었는데 검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다행히 저희는 장애인 진료 요건을 갖춰야 하는 치과병원이라 치료가 절실한 분들을 모시고 올 수 있었습니다.” 복지관과의 인연으로 대전시 장애인 조정연맹 이사를 맡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해마다 2명의 장애우를 선정, 1년간 무상으로 보철치료도 해준다.매 2주 금요일마다 4시간씩 유성구 보건소에서 무료 검진을 해주는 그는 유성구 자문의이자 지도치과 의사다. 검찰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운영위원(의료분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사각지대에 방치된 범죄피해자 인권보호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주변에는 이중고로 신음하는 범죄피해자들이 수두룩합니다. 얼마 전 남편이 휘두른 각목에 얼굴 부위를 맞아 입 주변을 심하게 다친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치료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200만 원 한도에서 센터와 병원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그토록 비빌 언덕을 내주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공주 소재 소망공동체 가족들의 무료 진료에 나서겠단다.“부모님은 성당에 다니시고 집사람은 교회에 나가는데 간혹 민원을 받아 오세요.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데 무료로 진료해 줄 수 없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얼마나 녹록찮으면 알음알이 부탁을 해올까 싶어 승낙합니다.”#3. 마음으로 섬기는 친절한 병원그렇게 퍼주면 대체 병원은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오지랖 넓게 우문을 던지자 웃는다.“‘환자를 내 가족처럼 섬기자’가 저희 병원의 철학입니다. 식상하지만 병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유명한 CS(Customer Service)강사를 초빙해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조금 있으면 워크숍도 열 작정이고요. 친절하기만 하면 곤란하겠죠. 그래서 유능한 원장선생님들과 간호사분들을 모십니다. 비용은 더 들지만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합니다. 간호사들에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가화만사성이라고 하잖습니까.”업계에서 그의 병원은 이직률 낮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봉사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의 내공도 보통이 아닌 듯싶다.업으로 삼고 있는 일로써 나누고 있으니 행운아라며 겸연쩍어 한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기꺼이 낮은 곳에 품을 내주겠단다. 문득 명언이 뇌리를 스친다. ‘병을 고치는 이는 소의(小醫)요, 환자의 마음을 고치는 이는 중의(中醫)며, 사회를 고치는 이는 대의(大醫)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해할 수밖에 없는 치열한 삶 속에서도 이웃을 끌어안는 마음가짐이 그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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