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총괄국장

차기 정부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몇 달 전 각 정당이 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선출한 후 사실상 득표활동은 시작됐었다. 후보등록 후에는 20여 일 간의 치열한 선거운동이 있었다. 선거과정에서 흑색선전이나 비방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고 일부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큼 네가티브 선거운동이 맥을 추지 못했던 선거도 없었던 것 같다.

뜨거웠던 선거운동은 끝났고 승자와 패자도 가려졌다. 이제는 화합해 함께 국태민안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다. 내가 공약했다고 전부 옳다고 생각 말고 상대의 공약이라도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취사선택해 국정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에서 상대편에 섰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되고 내편에 섰다고 해서 능력도 없는 사람을 맹목적으로 중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역사속의 현인들은 동지는 물론이고 적도 잘 관리했던 것 같다. 무조건적 배척으로 등을 찔리기 보다는 가까이 두고 제어하는 쪽을 택했다. 뛰어난 전략가이자 정치인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친구를 가까이하라. 그리고 적은 더 가까이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실제로 대통령에 취임한 후 자신을 감옥에 보내는 등 오랜 기간 자신을 탄압했던 정적들을 입각시키기도 했다. 이는 링컨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펼쳤던 것이다.

세종대왕은 사사건건 자신에 반대하는 최만리와 관련 “새소리가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새를 죽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말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최만리에게 그러했다. 세종은 최만리가 한글창제와 반포 등에 대해 시비를 걸고 상소문을 올렸지만 그를 내치지 않았다. 최만리가 사직상소를 올리고 낙향했을 때도 3년이나 부제학 자리를 비워두고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고 한다. 이후 한글사용 등과 관련 10여 차례나 상소를 올렸으나 세종은 그를 벌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의 상소문에 지적된 내용을 보강해 더 미려하고 편리한 한글을 만드는 자양분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조선 최고의 성군이었음을 재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다.

50%의 지지와 성원만 받는 반쪽 정권이 될 것인지 국민통합의 정치로 명실상부한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당선자에 달렸다. 박 당선자는 40여 년 만에 과반수 득표에 성공했고 역대 최다득표로 당선됐다. 많은 국민이 지지와 성원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당선자를 주시하고 있다. 당선자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화합의 정치, 통합의 정치, 그리고 소통의 정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권인수위원회에 참여할 주변 참모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20여 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표심에 호소하면서 국민과 약속했던 그 초심을 잊지 않도록 조언해야한다. 논공행상은 미뤄두고 당선자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할 것이다.

과거 여러 선거에서도 국민들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가락을 어떻게 해 버리고 싶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해 가며 정권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은 임기 말 또는 퇴임 후 내 선택이 옳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국정을 운영해 주길 갈망하고 있다. 더불어 상대편에 섰던 국민들은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아 서운하기는 했지만 그만하면 잘했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대통령이 돼 주길 바라고 있다.

약 2300 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문경지교(刎頸之交)란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인상여와 염파 장군처럼 국정의 두 축인 여야가 당리당략을 염두에 둔 사사로운 정쟁을 삼가하고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아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해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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