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충청의 선택
민심 바로미터, 대전·충남·충북
제14대 대선부터 20대 대선까지
7차례 연속 당선인 정확하게 선택
수도권 편중·정치혐오 새 파고 속
충청권 표심 어디로 향할지 촉각

대통령을 가장 정확히 골라낸 지역은 어디일까. 중원으로 불리는 충청은 단지 지리적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 흐름의 중추이기도 하다. 대전·충남·충북은 제14대 대통령선거부터 20대 대선까지 7차례 연속으로 당선인을 정확히 선택했다. 정당의 로열티가 강하지 않고 지역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유권자의 판단은 때때로 예측 불허의 흐름처럼 보였지만 선거 결과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민심을 반영한 방향으로 확인되곤 했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충청이 캐스팅보트’, ‘충청은 중원의 심장’이라고 말하지만 단순한 선거 기로의 지위만으론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충청은 스윙보다 정밀한 반응을 보여온 민심의 바로미터다. 지난 30년 동안 충청의 표심은 때로는 광풍처럼, 때로는 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단 한 차례, 세종만은 예외였다.
◆충청은 왜 주목받는가
충청은 늘 캐스팅보트라 불렸다. 선거 때마다 영·호남 대결 구도에서 중립 지대처럼 존재했고 표의 흐름을 마지막에 결정짓는 지역으로 각 정당의 총력전 무대가 됐다. 그러나 충청의 역할은 그저 승부를 가르는 중간 지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충청은 박빙의 경합지를 넘어 전국 정치 흐름을 예측하는 정치적 센서 역할을 해왔다. 특정 정당에 장기적으로 쏠리지 않고 진보·보수 진영을 넘나들며 시대적 정서와 기대에 따라 선택을 바꿔 온 지역이다. 결과적으로 이긴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다시 말해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충청의 독특한 선거 감각이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 감각은 정권 교체기마다 더 명확히 드러난다. 정권에 대한 기대와 불만, 새로운 변화의 필요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해서다. 각 정당이 충청을 단순한 스윙보터보단 민심의 선도지로 바라보는 이유인데 그간 반복돼 온 선거 데이터에서도 명징하게 입증된다.
◆7번의 정답, 통계가 말한다
금강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대 통계를 조사한 결과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대전(35.19%), 충남(36.93%), 충북(38.26%)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이래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까지 당선된 후보 모두 충청의 선택을 받았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가 충북에서 과반 득표(50.41%)를 얻으며 전국 평균(48.91%)보다 높은 지지를 기록했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49.95%)·문재인(49.7%) 후보가 대전에서 불과 0.25%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펼치며 전국 결과(박근혜 51.5%·문재인 48.2%)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였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대전(49.55%), 충남(51.08%), 충북(50.67%)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는데 대전·충남·충북은 역대 대선 7전 7승의 예측률을 과시했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지역과 수도권의 프레임을 넘나드는 선거에서 결과적으로 늘 이기는 편에 서 있던 것이다. 우연의 반복은 아니다. 충청은 각 선거에서 특정 이념이나 정당보다는 시대적 국면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충청 유권자가 선거를 심판보다 선택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누가 정권을 심판할 대상인지보다 누가 미래를 맡을 수 있는 대안인지 가리는 선거에서 충청은 가장 먼저 답을 내놓았다는 얘기이자 각 정당이 이곳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기도 하다. 충청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선거판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세종은 왜 달랐나
그런 와중에 세종시는 유일한 예외다. 2012년 이후 첫 선거를 치른 세종은 18대(박근혜 51.91%)와 19대(문재인 51.08%) 대선에서는 당선인과 일치한 선택을 했지만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51.91%를 득표, 윤석열 후보(44.14%)를 앞섰다. 충청에서 세종의 이탈은 단순한 통계적 흔들림이 아니다. 비교적 젊은 인구 구성과 공무원 중심의 직군, 수도권 출신의 지속적 유입이 맞물리며 전국 평균과는 다른 정치적 기류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정부 주요 정책을 전면 수정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강경한 정권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이재명 후보는 기존 국정 기조의 연속성과 행정도시 발전을 강조하며 세종이 직면한 정책 현안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차이가 세종의 표심을 일정 부분 설명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충청의 거울, 다음 대통령은?
수치와 결과가 반복해 증명했듯 충청은 정당의 간판보다 인물의 역량, 이념의 대결보다 국면의 절박함을 먼저 읽어내는 유권자 집단이다. 7차례 대선 동안 이들은 정확히 승자의 편에 서 있었고 이는 곧 대한민국 정치의 방향성과 민심의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한 결과였다. 정권 교체와 재창출이라는 거대한 갈림길에서도 충청은 스윙이 아닌 중심축으로 작용했다. 대세를 먼저 판단한 것인데 충청이 막판 변수가 아니라 결과를 앞서 제시하는 민심의 나침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문제는 그 거울 속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방향을 비출 것인가다. 수도권 편중과 정치 혐오, 세대 갈등이라는 새로운 파고 속에서도 충청은 여전히 정치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할 수 있을까. 6일 뒤 충청이 다시 한 번 그 답을 먼저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