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중소기업→중견기업 0.04%, 중견기업→대기업 1.4% 불과
상의·한경협·중견련…“계단식 규제 대신 성장에 인센티브 줘야”

국내 중소기업 1만 개 중 중견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업 성장세가 더딘 것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계가 ‘기업성장포럼’을 출범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4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법제 전반에 뿌리내린 계단식 성장억제형 규제와 경제형벌 규정으로 인해 성장 유인이라 할 기업가정신이 잦아들 수밖에 없다”며 “성장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그에 맞게 리워드(보상)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문신학 산업부 제1차관, 최기상 민주당 정책위 사회수석부의장,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30년 전 대기업의 10년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0%를 상회했지만 최근 10년간은 평균 2.6%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역시 같은 기간 8~9%대에서 5.4%로 내려앉았다.
산업부와 중기부,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2020~2023년)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만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있고, 경제형벌 관련 조항은 약 6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일본 소프트뱅크는 90조원 이상 외부자금 모아 전략적 투자하는데, 구내는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지주회사는 외부자금을 모을 수 없다”고 지적한뒤 수십년간 명확한 근거없이 이어져온 성장의 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승헌 맥킨지 한국오피스 대표는 기조강연에서 “현재 한국 기업 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가 정신이 함양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사이드는 작고 다운사이드는 큰 구조여서 경영진이 위험을 회피하기 쉬운데, 이는 각 개인이나 기업을 탓하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자유토론 발언을 통해 “기업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제도와 시장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며, “포괄적 사전금지에서 벗어나 선허용·후규제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며 CVC 외부자금 한도,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등 투자 장벽을 완화하고, 세제·금융 지원의 연속성을 확보해 민간투자의 스케일업을 촉진하자”고 제언했다.
대한상의, 한경협, 중견련은 이날 출범한 ‘기업성장포럼’을 주요관계부처·국회 등과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정책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