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4분기 기업경기전망 하락
잘나가던 화장품, 제약 분야도 급락
수출 전진기지 충남 위기감 고조

▲ 대한상의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추이. 대한상의 제공

대미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제조업 체감경기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기업의 부정적 전망이 두드러져 하락세를 주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기업 227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3분기 전망치보다 7p, 1년 전보단 11p 하락한 ‘74’로 집계됐다. 올들어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회복기회가 보였으나 체감경기가 다시 꺾이면서 결과적으로 2021년 3분기 이후 17분기 연속으로 기준치인 100이하를 기록했다. 자동차, 철강, 제약 등 업종에서 관세가 이미 발효됐거나 고율관세 부과가 예고되면서 수출기업(-13p)의 전망치가 내수기업(-5p)보다 큰 낙폭을 보였다. 또 건설경기 부진과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비금속광물, 석유화학, 정유 업종의 전망도 어두웠다.

우선 자동차(60)는 9월부터 일본, EU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서 전망치가 전분기 대비 16p나 하락했다.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비금속광물(56), 철강(63), 석유화학(63) 업종의 전망치도 70선 이하를 기록했다. 철강의 경우 50%의 대미 관세, 석유화학은 중국 및 중동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이 배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2분기 전망치가 각각 113, 109로 기준치를 상회했던 화장품과 제약·바이오 업종의 전망치는 1분기만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수출 상승세가 주춤한 화장품(69)의 경우 미국의 소액소포 면세 혜택 폐지도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며 전망치가 가장 큰 폭(-44p)으로 급락했다. 제약·바이오(87) 업종 역시 미국이 수입 의약품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부정적 전망으로 돌아섰다. 반도체(98)와 식품(98)이 가장 선방한 업종이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있지만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기준치에 근접한 98을 기록했다. 식품은 명절특수와 K-푸드 수출 호조로 전분기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역별로 봐도 모든 지역에서 전망치가 기준(100)를 밑돌았다. 특히, 대구(60)와 경북(68), 부산(66)은 관세 여파로 지수가 70선 이하를 기록했다. 3대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전남(60), 충남(71), 울산(74)도 주력 제품의 수요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전분기보다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대미 수출 기업은 물론 중소 협력업체의 경영여건까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규제완화,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지원책을 확대해 대외충격을 버틸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4분기 지역별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대한상의 제공
2025년 4분기 지역별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대한상의 제공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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