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천안 4곳서 실증
이동경로 예측해 사고 예방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국내 최초로 보행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예지(豫知)형 보행자 안전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해 실증 운용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이 기술은 단순히 보행자를 탐지하는 기존 안전 시스템을 넘어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하는 횡단 예정 보행자까지 사전에 인지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차세대 교통안전의 패러다임을 여는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시스템은 사람이 수동으로 특정 ‘검지(檢知)영역’을 설정, 영역 근처를 지나가는 보행자까지 위험으로 인식해 불필요한 경보가 울리거나 보행자가 도로에 진입한 후에야 경고가 울려 운전자의 대응 시간이 부족하다.
ETRI가 개발한 시스템은 CCTV가 촬영한 영상을 기반으로 2초 이내에 도로 영역 맵을 자동 생성해 횡단보도와 차도 전체를 위험 위치로 식별한다. 이를 통해 실제 교통 환경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 특히 보행자의 미래 경로를 예측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약 3초 전부터 전광판을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 알림을 보낼 수 있다. 또 실제 횡단할 보행자에 대해서만 경보가 발생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알림을 줄일 수 있고 운전자가 우·좌회전할 때 사각지대의 보행자까지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이 기술은 천안역 인근 2곳과 터미널사거리 2곳 등 4개 지점에 설치돼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ETRI는 향후 현장 단말과 중앙 서버를 연계한 엣지-센터 하이브리드 구조로 시스템을 경량화·고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차량의 미래 경로를 예측해 보행자에게 초지향성 스피커로 접근 차량 주의 알림을 제공하는 기능과 자연어 기반 교통 분석 질의응답 등의 확장 기능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물류센터·공장·건설 현장 등 산업안전 분야에 적용, 지게차·로봇·운반 차량 등 장비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작업자에게 알리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관련 기업에 이전, 2027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