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2026년 수출 전망 조사, 올해 전망 2%↑의 절반 수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과 환율 불안으로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수출 전망 조사’ 결과,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0.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2% 내외로 관측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선박(5.0%), 전기전자(3.1%), 일반기계(2.3%), 바이오헬스(2.1%) 등 6개 업종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자동차(-3.5%), 철강(-2.3%) 등 4개 업종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를 전망한 기업들은 ‘글로벌 업황 개선에 따른 수요 증가’(33.7%)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판로개척’(22.8%)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67.3%)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그 외에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8.6%), ‘중국발 세계시장 공급과잉’(8.6%), ‘미·중 무역갈등 심화’(8.6%)를 수출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응답 기업의77.3%는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와 비슷하다고 봤고, 악화 18%, 개선될 것이라 답한 기업은 4.7%에 그쳤다.
채산성은 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수준을 의미하며, 채산성이 좋으면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기업의 이익은 증가한다.
채산성 악화 응답 비중이 높은 업종은 석유제품(50%), 철강(30.4%), 자동차부품(22.2%), 자동차(20%), 반도체(16.7%) 등 순이었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63.0%),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14.8%),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11.1%), ‘미·중 무역 갈등 심화’(11.1%) 등을 꼽았다.
기업들이 2026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은 평균 1375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4원, 내년 전망치는 1456원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내년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53.3%)을 꼽았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불안정’(17.3%), ‘미·중 무역 갈등 심화’(16.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관세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수출단가 조정’(28.0%), ‘생산 원가 절감을 통한 비용 흡수’(25.8%),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판로 개척’(16.5%)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책 과제로는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23.1%),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21.7%), ‘외환시장 안정성 강화 조치’(18.5%) 등을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최대 현안이었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으나, 기업들은 여전히 통상 불확실성을 체감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통상환경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세제지원 및 외환시장 안정 등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