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치 않아서 그렇습니다.’
위 글은 ‘익숙치’가 아니라 ‘익숙지’가 바른말이다. ‘익숙지’와 ‘익숙치’를 가려 쓰는 것이 익숙지 않더라도 잘 가려서 바르게 써야 한다.
‘~하다’ 용언을 준말 형태로 사용할 때에는 ‘어간의 끝음절이 울림소리 즉 유성음(모음, ㄴ, ㄹ, ㅁ, ㅇ)일 때는 ‘하’의 ‘ㅏ’만 탈락하면서 ‘ㅎ'이 살아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결합하고, 안울림소리 즉 무성음(유성음 이외의 것)일 경우에는 하가 모두 탈락해 뒷말과 결합한다.’ 즉 유성음이면 ‘ㅎ’이 살아 뒷말과 결합하면서 거센소리가 되고, 무성음이면 ‘하'가 사라지고, 그래서 결합해도 뒷말이 그대로 유지된다.
‘익숙하지 않아서’를 살펴보자. ‘익숙’이 무성음 ‘ㄱ'으로 끝나므로 ‘하’가 사라져 뒷말과 결합하게 된다.
그래서 ‘익숙치 않아서’가 아니라 ‘익숙지 않아서’가 된다. ‘생각하건대’도 같은 경우다. ‘생각’이 무성음 ‘ㄱ’으로 끝나므로 ‘하다’의 ‘하’가 사라지고, 준말은 ‘생각컨대’가 아니라 ‘생각건대’가 된다.
‘답답하지 않다’도 ‘답답’이 무성음 ‘ㅂ’으로 끝나므로 ‘답답치’가 아니라 ‘답답지’가 된다. 깨끗하지, 섭섭하지 등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유성음으로 끝나는 경우를 보자. ‘간단하지 않다’의 ‘간단’은 유성음 ‘ㄴ’으로 끝나므로 ‘ㅎ’이 살아 있어 ‘간단지’가 아니라 ‘간단치 않다’가 된다. ‘고요하지 않다’는 ‘고요’가 모음으로 끝나므로 ‘ㅎ’이 살아 ‘고요치 않다’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可)하다’는 ‘가타’, ‘부(否)하다’는 ‘부타’가 된다. ‘가타부타’도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구겨진 서민 주름살이 모두 펴지는 좋은 날을 기대한다.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