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세 살에 한글을 깨우치고, 네 살에는 한문을 깨우치니 저 놈이 천재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 정도면 대단한 능력이다. 그러나 이 녀석은 한글과 한문을 ‘깨우친’ 것이 아니고 ‘깨친’ 것이다. 흔히 일찍 한글이나 한문을 익혔거나 어떤 이치를 깨달으면 우리는 ‘깨우치다’를 사용한다. 그러나 ‘깨우치다’와 ‘깨치다’는 그 뜻이 확연히 다르므로 반드시 구분해 써야 한다.
‘깨우치다’는 ‘깨달아 알게 하다, 사리를 깨닫게 하여 주다.’가 그 뜻이다. 그러나 ‘깨치다’는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 깨달아 사물의 이치를 알게 되다.’가 뜻이다. 즉 ‘깨우치다’는 남을 깨달아 알게 해줄 때 사용하는 것이며, ‘깨치다’는 스스로 깨달아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깨우치다’는 ‘동생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는 바람에 과외 선생님이 덧셈 뺄셈을 깨우쳐 주는 데만 1년이 걸렸습니다.’ ‘망나니 아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우치니 그때부터 아들 노릇을 하더라.’처럼 사용하면 된다.
또 ‘깨치다’는 ‘회계업무를 일주일 만에 다 깨치니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 ‘한 달 동안 방 안에 박혀 있더니 스스로 수학의 원리를 깨치고 나타났습니다.’ 등으로 쓴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과거 약탈 당한 우리의 문화재가 분명한데 일본이 반환만 요청하니 답답하다. 굳이 깨우쳐 주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것임을 일본이 스스로 깨치고 입 닫았으면 좋으련만...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윤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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