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불구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자식 놈 맞아 죽을까 싶어 염치 불구하고 이 늦은 밤에 찾아 왔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염치 불구하고’는 잘못된 말이다. 대화 중 ‘불구하고’를 많이 쓰는 바람에 위 글처럼 바른말인 줄 알고 사용하지만 ‘불고하고’가 바른말이다.
‘염치 불고’는 사자성어 ‘불고염치(不顧廉恥)’에서 나왔다. ‘불고(不顧)’는 ‘돌아보지 아니함, 돌보지 아니함’이 뜻이니 ‘불고염치’는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이 그 뜻이다. 우리말로 쓰이며, ‘염치(를) 불고하고’의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린 것이니 제발 돈 좀 빌려주십시오.’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지만 자식 놈 생명이 달린 일이라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처럼 사용한다.
‘불구(不拘)를 살펴보자. ‘불구하다’의 ‘불구’는 ‘-에도/-음에도 불구하고’ ‘-ㄴ데도 불구하고’의 형태로 쓰이며,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를 뜻한다.
그래서 ‘몸살이 나 밤새 뜬눈으로 밤을 새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출근했다.’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들어가지 못하게 줄로 막아 놨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들어가더니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등으로 쓰면 된다.
염치 불고하고 하는 행동도 어느 정도가 있어야 이해가 되는 것인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행태가 정말 한심스럽다. 정치인 여러분, 염치를 차리세요.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윤성국
y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