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철수가 옆집 아이랑 싸움이 붙어 치고박고 난리가 났어요. 빨리 가보세요.”

크면서 흔히 하는 싸움이라지만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 상처라도 생기면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되고, 심지어 경찰이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싸움에서 ‘치고받고’는 있어도 ‘치고박고’는 없다. ‘치고받고’ 난리가 난 것이다.

‘서로 말로 다투거나 실제로 때리면서 싸우는 것’은 ‘치고받다’라고 한다. ‘치고받고’가 ‘치고박고’로 잘못 사용된 것은 ‘머리 따위를 세차게 부딪치다. 마구 덤비거나 대들다.’를 뜻하는 ‘들이박다’의 ‘박다’ 때문이거나, ‘받고’의 ‘받’ 뒤 ‘ㄱ’ 발음 때문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으나 정확치 않다.

따라서 흔히 사용하는 ‘치고박고’는 이럴 때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굳이 ‘치고박고’를 사용하려면 ‘치고 박고’의 형태로 띄어서 다른 표현에서 사용하면 가능하다. 힘겹게 벽에 못을 박는 경우라면 ‘치고 박고를 거듭한 끝에 간신히 못질을 마쳤다.’로 쓰면 문제는 없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며 우기더니 한 시간째 저렇게 치고받고 논쟁을 벌입니다.’ ‘말로 해도 되는 것을 어른들이 저렇게 치고받고 싸우면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웁니까?’처럼 사용하면 된다.

아파트 층간 소음을 둘러싸고 위층 아래층 주민 간 치고받는 싸움이 벌어지고, 심지어 살인까지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제도적 대책 마련에 앞서 이웃에 대한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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