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OO구청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지역에서 평판이 좋지 않아요.’
자치단체의 장을 지낸 사람도 임기 중 어떻게 일을 했느냐에 따라 평판이 분명히 갈린다. 높은 자리 있을 때 욕먹지 않게 잘해야 한다. 그런데 위 글에서 쓴 ‘역임(歷任)’은 바른 사용이 아니다.
역임의 뜻을 국어대사전에서 살펴보자. 역임(歷任)은 명사로서 ‘여러 직위를 두루 거쳐 지냄.’을 뜻한다.
즉 여러 가지 직위를 거친 사람의 이런저런 직위를 소개할 때 ‘역임’을 사용해야 한다. 한 직위만 지낸 사람은 ‘거쳤다’ ‘지냈다’ ‘맡았다’ 등으로 써야 한다. 국어대사전은 ‘역임’의 순화된 말이 ‘거침’, ‘지냄’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위 글은 ‘저사람은 OO구청장을 지냈습니다.’라고 해야 옳다.
‘역임’을 사용해 차례로 여러 벼슬을 지낸 사람을 소개해보자. ‘경찰청장, 안전행정부장관을 역임한 OOO 씨를 소개합니다.’ ‘이분은 국회의원, OO도지사, OOOO 총재를 역임했습니다.’처럼 쓰면 된다. 두 가지 이상의 직위를 거론할 때만 ‘역임’을 사용한다는 원칙만 기억하면 실수할 일 없다.
내년이면 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진다. 당선을 꿈꾸는 이곳저곳 단체장 후보자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사전선거 운동으로 재임 중 옷을 벗는 사람들이 많다. 화려한 직책을 역임한 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으려면 정정당당 깨끗한 선거를 치를 각오부터 다져야 할 것이다.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윤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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