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인복지관 등교하는 오복순 할머니 열정 화제

“배우는 게 너무 즐거워요.”올해 81세의 오복순 할머니(대전 중구 옥계동)는 ‘멋쟁이 왕언니’로 통한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하고, 시간만 나면 폐지 등을 노트에 붙여 콜라주 작품을 만든다.오 할머니의 하루 일과는 매일 새벽 4시에 시작된다. 교회에 가서 자식들과 손자들을 위해 기도 드린 다음에는 아침 식사 후 8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대흥동 테미공원 옆에 위치한 대전노인종합복지관으로 등교한다. 등하교 동행은 효자인 큰 아들이 맡는다. 오 할머니의 일어실력은 수준급으로 몇 년 전 일어반 학생들과 함께 일본 수학여행을 다녀와 기행문을 일어로 쓰기도 했다.1930년 황해도 개성 장단면에서 태어난 오 할머니는 다섯 살 때 전북 군산으로 이사 왔다. 대학 재학시절, 지금은 고인이 된 할아버지와 결혼해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한때 대전 용두동에서 풍한방적 여사원들을 상대로 양장점도 운영했었다는 할머니는 그 기술을 살려 폐지 등을 이용한 콜라주 작품 만들기가 취미가 됐다. 폐품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니 손 운동도 되고 치매도 예방해 일석이조라고 자랑한다. “다리가 아파 춤추고 운동하는 것은 못 하지만,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오 할머니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본 어린 손자들이 “‘우리도 늙으면 노인학교 가자’는 소리를 할 때면 기분이 참 좋다”고 말한다. 절로 효도교육이 된다는 얘기다. 오 할머니의 콜라주 작품에는 3개 국어로 된 명언들이 아름답게 쓰여 있다. 몇 년 전에는 본인의 팔순을 기념해 직접 그린 ‘효녀 심청’ 책자 500권을 펴내기도 했다. 최영수 노인종합복지관 일어교실학생회장은 “왕언니의 열정에 모두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철연 대전시 노인종합복지관장은 “오 할머니의 열정은 젊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며 “더욱 건강하시어 즐거운 나날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나이는 먹되 늙지는 말자”는 다짐처럼 고령화시대를 맞은 현대에서 오복순 할머니의 황혼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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