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태어나면 언젠가 반드시 죽어야 하며, 당장 언제 생을 마감할지 한치 앞도 모르면서 돈과 명예를 부여잡고 욕심과 거드름을 피우다 후회를 안고 떠나는 것이 보통 인간의 삶이다.

흔히 주위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우아한 표현으로 ‘운명을 달리했습니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운명을 달리했다.’는 표현은 ‘유명(幽明)을 달리했다’로 고쳐 써야 옳다.

운명(殞命)은 명사로서,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을 뜻한다. 따라서 ‘운명하셨습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목숨이 끊어짐을 달리했다.’는 말이니 ‘살아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이 말은 떠난 사람에게 던지는 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면 ‘유명(幽明)’을 보자. 유명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그 뜻이다. 따라서 ‘유명을 달리했다’라면 이승과 저승의 조건을 서로 다르게 가졌다는 풀이가 가능하므로 ‘이승에서 살다가 저승 다른 곳으로 가셨다.’는 의미가 충분히 전달된다. 떠난 분에 대해 예의를 갖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충남도소방안전본부 조사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곳이 발생하지 않은 곳보다 소방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9.2배나 더 많았다고 한다. 한 번 당하고도 조심하지 않으면 유명을 달리할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을 왜 모를까.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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