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 근로자 5명 질식사

노조 "무리한 공기 단축 때문" 부실 안전관리 등 안전불감증 ··· 관계당국 안일한 대책 도마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로(轉爐, converter) 안에서 보수공사를 벌이던 근로자 5명이 아르곤(argon) 가스 누출에 따른 산소 부족으로 질식해 숨졌다. ▶관련기사 6면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가스 유입 등에 대비한 별도의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산업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지난해 9월 이후 이번 사고를 포함해 안전사고로 10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등 사고위험이 상존했다는 점에서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책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가스 누출로 5명 사망
지난 10일 새벽 1시 45분경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전로(고로에서 녹인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시설)에서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 근로자 남 모(25) 씨 등 5명이 작업 도중 쓰러졌다.

사고 근로자들은 사내 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남 씨 등은 이날 새벽 1시경부터 전로의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 지름 8m, 높이 12m의 전로 안에서 내화벽돌 설치공사를 마무리하고 공사를 위해 설치했던 임시발판을 제거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공기보다 비중이 높은 아르곤 가스가 갑자기 누출되면서 작업장 안의 산소 농도가 떨어져 노동자들이 호흡곤란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8개월 간 10명 목숨 잃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지난해 9월 이후에만 감전·추락·질식 등 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잇따른 안전사고의 원인에 대해 노동계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안전 불감증에 따른 부실한 안전관리 등을 꼽고 있다.

손진원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 대외정치부장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밀폐 공간에서 하는 위험한 작업을 집중력이 떨어지는 새벽에 강행했다는 게 모든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기업에 의한 노동자 살인’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모든 산업재해는 예방할 수 있고 노동자의 실수라고 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업주의 안전불감증, 원청업체의 책임회피, 고용노동부의 실효성 없는 행정감독 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안정성이 담보될 때까지 작업 중단 ▲철저한 진상 규명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권순재 기자·당진=하동길 기자 pres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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