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하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벌서다’가 맞는지 ‘벌쓰다’가 맞는지 헷갈린다. ‘벌쓰다’는 잘 쓰이지 않아 ‘벌서다’가 바른말이고, ‘벌쓰다’는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둘 다 표준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빌려보면 ‘벌서다’는 ‘잘못을 하여 일정한 곳에서 벌을 받다.’이고, ‘벌쓰다’는 ‘잘못이 있어 벌을 받다’가 그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 풀이해 보면 ‘벌서다’는 ‘일정한 곳에서’라는 단서가 있어 이보다는 ‘벌쓰다’가 광역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벌서다’는 잘못을 해 교실에서 팔 들고 서있거나, 방에 꿇어앉아 있는 등 일정한 장소에서 벌을 받는 경우에 사용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 싸우다가 교실에서 한 시간 무릎 꿇고 있으면 벌선 것이다.
그러나 ‘벌쓰다’는 의미가 크다. 따라서 ‘벌쓰다’는 일정한 곳에서든 아니든 잘못해 벌을 받는 경우라면 모든 경우에 적용, 사용해도 무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벌서다’가 일정한 곳에서 벌 받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굳이 구분해 쓴다면 일정한 장소에서의 벌이 아닌 이 밖의 경우에 두루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너는 폭행으로 한 달 동안 화장실 청소, 운동장 청소하며 벌썼는데도 또 그 짓이냐?’ ‘감봉을 당했으니 한 번 벌쓴 것이다. 그런데 또 지방으로 인사발령까지 내면 어떡해?’처럼 사용하면 된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대통령 수행 도중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 이게 한 개인이 벌쓴다고 끝날 일인가. 정말 창피하다.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