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어 죗값을 치른 사람이거나 정년퇴임 후 좋은 계획을 세우거나 하면 흔히 ‘남은 여생, ~하겠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러나 이 말은 ‘역 앞’에다 ‘앞’을 다시 붙여 사용한 ‘역전(驛前)앞’처럼 중복된 표현이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여생(餘生)’은 ‘남을여, 날생’으로서 앞으로 남은 인생, 남은 생애가 그 뜻이다. 그런데 앞에다 추가로 ‘남은’을 붙이니 ‘남은 남은 인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남은 생’ ‘남은 생애’로 쓰거나 ‘남은’ 따위를 덧붙이지 않고 ‘여생’으로 홀로 써야 바른 표현이다.

대화 중 중복 표현은 주의를 하지 않으면 무심코 반복해 사용하게 되며, 문제의식을 잘 경험하지 못하는 탓에 생활 속에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절반을 넘는 수’라는 뜻을 지닌 ‘과반수(過半數)’에다가 ‘이상, 넘게’등을 불필요하게 덧붙여 ‘과반수 이상’이라고 중복해 표현하는 것을 비롯, ‘따뜻한 정’을 나타내는 ‘온정(溫情)’에다 굳이 ‘따뜻한’을 덧붙여 ‘따뜻한 온정이 어떻다’고 표현하는 등 중복표현이 심하다. ‘고목(古木)’은 여러 해 자란 오래된 나무를 뜻한다. 그런데 굳이 나무를 덧붙여 ‘고목나무’라고 하니 이것도 중복 표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사전에는 ‘고목나무’는 ‘고목’과 같은 말이라 풀이하고 있으니 바른말이긴 하다. 하지만 표현을 자제해야 할 말인 것 또한 맞다.

오랜 직장생활을 마치고 여행을 다니는 등 여생을 즐겁게 보내려면 평소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30분 걷거나, 자전거에 몸을 싣고, 잠깐 주변을 달리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본사 상무이사/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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