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본부 취재부장
플라톤이 제시한 이상국가론에서 귀족계급의 재산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고, 여자와 아이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통치자가 완전히 사리사욕에서 해방돼 반드시 공공정신에 의거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울러 플라톤은 지배계층의 도덕성 함양을 위해 유아 때부터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세 살이 될 때부터 시작되는 교육에 대해 과정별로 상세하게 기술도 했다. 완벽한 인격체를 만들어 그에게 통치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었다.
원시인류 시대는 모계사회였다고 한다. 혼인에 대한 개념이 없다보니 난혼(亂婚)과 난교(亂交)가 일반화 됐을 테고, 아버지에 대한 개념이 지극히 미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은 자명하다. 다만 어머니는 확연히 누구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니 자연스럽게 모계사회가 유지됐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많지 않지만 모계사회의 전통을 이어가는 부족들이 있다.
중국 티베트계통의 ‘먼빠이족’과 ‘모소족’, 인도의 ‘록파족’과 네팔의 ‘님바부족’ 등은 대표적인 모계중심의 부족들이다.
원시 인류는 철저한 모계사회로 유지됐지만 정착생활을 하고 농경을 시작하면서 부계사회가 시작됐다고 한다. 힘든 농사일이 시작되면서 자녀를 낳는 여성의 역할보다 노동력을 창출하는 남성의 역할이 중시되기 시작했고, 남성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여성을 소유하는 사회형태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착생활을 하며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자 누군가는 일을 하지 않고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계급이 생겨나고 빈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부계사회의 시작은 계급의 발생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지배자가 된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도, 일 하는 사람만큼 혹은 그보다 많이 식량과 물자를 소유할 수 있게 되자 자신이 누리던 달콤한 권력과 든든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욕심이 생겨났다고 한다. 철저한 부계혈통사회를 지향하는 유교문화의 테두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은 자식에게 권력과 재물을 대물림하려는 욕구가 어느 민족보다 심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학구열을 보이는 것도 자식에게 권력과 재물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은 지도층의 도덕성이 바닥인 나라이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권력의 중심에 섰던 수많은 인물들이 부정부패를 밥 먹듯 저지르며 온갖 비난을 감수한 채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고 권력을 세습하려 혈안이 돼있다. 권력과 재물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그 좋은 것을 자식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재벌들도 마찬가지이다. 비자금을 모으고, 불법과 편법을 모두 동원해 탈세를 저지르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식에게 재산과 권력을 물려주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2500년 전 인물이지만 플라톤은 역시 인류 모두가 추앙하는 대단한 사상가이다. 귀족들의 도덕성 유지를 위해 모계사회로의 회귀를 주장했으니 말이다. 플라톤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환생한다면 이 나라 지배계층들을 지켜보고 무슨 말을 할까.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회수를 위해 온 나라가 들썩이는 모습을 보고 플라톤이 무어라 쓴 소리를 뱉을지, 감옥에서 광복절 특사를 고대하고 있는 재벌들에게는 무어라 비수를 날릴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