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충남본부 취재부장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가 바뀐다.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정책이 바뀐다. 복지정책, 외교정책, 안보정책도 바뀐다. 더불어 각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도 변화한다. 이 나라를 고루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 보겠다는 큰 틀은 같겠지만 정책의 틀을 만들어 놓고 구체적으로 실행하기도 전에 정권이 바뀌고 또 다른 정책이 제시된다.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지만 정작 빛을 보기도 전에 정권이 바뀌어 애써 마련한 정책은 사장(死藏)되기 일쑤다.

노무현 정권은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기관을 전국 각지에 분산시켜 지역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정책을 마련해 추진했다. 이들 정책도시 개발은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지만 추진 동력을 잃고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나갈 뿐이다. 이들 정책도시 가운데 핵심인 행정도시의 경우, 지난 이명박 정권 때 기업도시 형태로 변형될 위기를 맞았다가 충청인들의 거센 발발로 겨우 제자리를 잡았다. 그러면서 몇 년의 소모적인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은 ‘5+2 광역경제권’을 지역발전 정책으로 내세웠다. 각 광역경제권에 선도 산업을 지정해 육성하고, 권역별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30대 신도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초기 지시됐던 이 정책은 정권말기까지도 이렇다 할 실체를 드러내지 못했다. 소리만 요란 했을 뿐 각 지방이 피부로 느낄 만한 뚜렷한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다. 지금은 그 내용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정도로 퇴색했다.

박근혜 정권은 ‘지역행복생활권’이란 지역발전 정책을 제시했다. 광역경제권은 실제 생활권과 괴리돼 있고,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주민들이 실제 효과를 볼 수 없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지역발전 정책을 제시한 표면적 이유이다. 그래서 좀 더 실현 가능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담으려 한 것이 이번 정부 지역발전정책의 특징이다.

박근혜 정부는 도시재생에 힘쓰고, 지역공동체를 육성해 나가는데 주력하면서 지역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방대학 육성을 통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문화를 융성 시키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교육, 문화, 복지, 환경 등의 사업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 각 지역을 중추도시생활권, 도농연계생활권, 농어촌생활권으로 분류해 특성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각 정권이 제시하는 지역발전 정책은 하나같이 전국 각 지역을 고르게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실현해 내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은 내용을 달리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이 바뀌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멀리 100년 앞을 내다보고 추진돼야 할 지역발전 정책이 5년 주기로 새롭게 마련되는 것은 아무리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작 정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실현되는 시간보다 정책이 만들어 지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개발되면 무엇 하겠는가. 정권이 바뀌면 또 처음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 질 테니 매번 정책 개발을 위해 계속되는 인력과 비용의 투입이 아까울 따름이다.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같은 정당이 정권을 재창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이 만든 정책은 수정 보완되지 못한 채 송두리째 한낱 불쏘시개로 전락했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지역발전정책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니 걱정이다. 이번 정책만큼은 제대로 추진돼 다음 정권에서도 틀의 변화 없이 이어져 실효를 거두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