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챙기시오, 소통 하시오"
거센 비판에 국회의원들 혼쭐
자성론 속 여야 입장차 드러내
“서민들 먹고 살게 해달라”, “제발 민생 좀 챙겨라”.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라.”
민생이 민심이었다. 정겹고 즐거운 명절이었지만 지역민들의 눈에 비친 정치권은 귀성길 정체만큼 답답했다. 어느 해보다 길었던 추석 연휴, 대전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이 전한 민심은 어려운 살림살이에 대한 하소연과 함께 현재의 여야 대치 정국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현 상황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원인을 돌린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며 각을 세웠다.
새누리당·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들은 추석 연휴 초입인 지난 16~17일 대전을 오가는 귀성객들에게 명절 인사를 하고, 전통시장 애용을 위한 장보기 행사 등을 통해 바닥 정서를 점검했다.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난 여야 의원들은 불만 섞인 냉담한 민심을 청취했고, 국회 정상화, 민생 정치, 국민과의 소통 등을 요구받았다. 상인들은 대목을 노릴 수 있는 민족의 큰 명절이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해 예년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고객들이 야속했다고 했다.
22일 금강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야 의원들은 “지역경제를 살려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전시당 위원장은 “무엇보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 민생을 포함해 ‘정치가 안정됐으면 한다’라는 여론이 우세했다”며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난하는 시민들도 많았고, 민주당이 발목잡기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었다. 국회 정상화를 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고 밝혔다.
이재선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소상공인들로부터 ‘신바람나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추석 대목이지만 집세 내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상인들의 토로도 적지 않았다”며 흉흉한 민심을 전했다.
민주당 이상민 대전시당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불통 정치에 충청권 민심이 비판적임을 확인했다”며 “포용의 자세보다는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는 태도는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더 어려워졌다는 게 지역 민심”이라며 “악화된 경제와 줄어든 일자리, 부동산 경기 냉각 등 풀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은 “40대 이하 그룹에선 박 대통령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면서도 “어르신들은 민주당을 걱정하는 얘기들을 하시면서 국회로 돌아가야 하고,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자성론을 폈다.
권선택 전 의원은 “지역경제가 죽었기 때문에 전통시장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고, 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에는 신경을 쓰지만 민생경제 살리기에는 불도 붙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