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본부 부장
지난 5월 어느 날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안전행정부 사이트를 방문해 각 지역별 인구통계 자료를 검색했다. 충청권 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호남권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양 지역의 인구변화 추이를 파악하고자 했다. 도표를 만들어 정리해보니 양 지역의 인구 차이가 성큼성큼 줄고 있었다. 그래서 1~2개월 후 충청권 총 인구수가 호남권 총 인구수를 넘어설 것이란 확신을 갖게 돼 예측보도를 했다. 그 예측은 적중했다.
이 같은 사실이 금강일보 지면을 통해 보도된 이후 전국에서 다수의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릴레이 보도하기 시작했고, 많은 지역민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충청권의 호남권 인구 추월 기사 보도 이후 각 언론사들은 앞 다퉈 충청권의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문제를 화두로 부상시켰다. ‘왜 우리가 인구는 많은데 국회의원 선서구 수는 훨씬 적으냐’는 논리를 폈다. 충청권의 선거구 증설 문제는 오래 전부터 공론화 됐던 것이지만 인구 역전 보도 이후 보다 뜨겁게 이슈로 부상했다.
표의 등가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권역 인구수가 많은데 국회의원 정수가 적다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모든 정치적 역량을 동원해 선거구를 증설해 지역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현안을 해결을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발전을 위해 막대한 중앙정부의 예산을 끌어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충청권 인구의 호남권 추월이 이슈화 된 것과 관련해 모든 여론이 국회의원 의석수 증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다 큰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개국 이후 지금껏 한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은 영남권과 호남권이 양 축을 이루며 상호 견제하고 패권 다툼을 하는 형국이었다. 충청권은 양자가 각축을 벌이는 주변세력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곁불을 쬐는 것에 비유하는 자조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충청권이 지금껏 영남과 호남이 벌이는 주도권 다툼에서 비껴나 주변 역할에 만족했을 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금껏 충청인들이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것은 인구를 포함해 우리의 지역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영남, 호남과 더불어 삼각 편대를 이뤄 선의의 경쟁을 펼치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이 수도권에 흡입돼 자주성과 주체성을 찾지 못한 지리적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가 중추세력으로 자리 잡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각론적 이슈에 불과하다. 총론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 간 인구수 반전 현상을 선거구 문제에 국한시켜 이슈화 하는 것은 대단히 지엽적인 사고이다.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주변세력으로 남아 적당히 눈치나 보려는 소극적인 태도는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우리 충청은 성리학이 가치관을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기호학파라는 학맥을 형성해 영남학파와 쌍벽을 이루어 경쟁하며 정치적, 학문적 양강 체제를 형성했다. 함경도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에서 다양한 학파와 정치세력이 중앙무대에 진출해 패권다툼을 하던 시기 충청은 그 중심에 우뚝 섰다. 그러다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정치 역학구도에 얽혀 기백을 잃고 주변세력으로 전락했다. 다시 충청의 기백을 회복해 당당하게 중심에 서야 한다. 충청인 모두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마음을 크게 키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