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기숙사생활 잠복감염자도 92명

스트레스·다이어트 인한 면역력 저하가 원인인듯

최근 KAIST에서 대표적인 가난의 질병으로 불리는 결핵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등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는 KAIST 학생들은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만큼 집단 감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7일 KAIST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학생건강검진 과정에서 학생 1명이 결핵 양성 반응을 보여 기숙사 학생 1671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11명이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핵균이 감염됐지만 발병은 하지 않은 ‘잠복결핵감염자’도 92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염 가능성을 확인하는 가래 검사에서 첫 번째 발견된 환자가 양성으로 나타났으며 7명의 학생이 이 학생으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4명은 이 환자와 사용하는 생활공간이 분리돼 있어 개별적으로 발병한 것으로 질병관리본부는 분석했다.

결핵이 최초 발병 이후 급속하게 퍼지는 이유는 결핵균의 강한 전염력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결핵 환자가 1명 발생하면 주변 20명 정도가 잠복감염자가 되고 이 가운데 2명이 결핵 환자가 된다. 이 2명이 다시 잠복감염자를 만들어낸다. KAIST의 경우 여러 명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집단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1만 명이 넘는 학생을 전수조사하려면 학사과정을 모두 중단하고 피검사, 흉부 엑스레이 촬영 등 두 달이 넘는 검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쉽지가 않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가 확산되지 않고 있어 단계적으로 주변 학생들을 중심으로 접촉자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가난의 질병인 결핵이 요즘엔 거의 사라졌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나친 다이어트나 학업·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정상체중보다 마르게 되면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어 가난으로 못 먹어서 걸렸던 결핵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결핵 환자는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100명이 발병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라며 “집단생활을 하는 젊은 층에선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KAIST의 유병률이 특이하게 높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2~3주 이상 기침과 발열, 체중감소, 수면 중 식은 땀과 같은 증상이 지속되거나 결핵 환자와 접촉한 경우에는 반드시 결핵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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