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부 원격의료·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 반발

5개 단체 "전형적 관료주의" 공동 저지 투쟁 나서기로

‘잠잠해질 만하면 불거지는 의료 대란, 또 오나?’

정부의 원격의료 허용 추진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에 의료계가 강력 반발, 공동 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해 심각한 ‘관(官)-의(醫) 갈등’이 촉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5개 보건의약단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원격의료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강력히 반대하며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고 17일 밝혔다.

5개 단체 수뇌부는 최근 회동을 갖고 원격의료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의 본질을 뒤흔들어 의료체계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힘을 모아 ‘관치(官治) 의료’ 종식에 나서자는 의지를 결집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의료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보건의약제도를 추진하면서 전문가단체와의 합의를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반드시 타파돼야 할 전형적인 관료주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보건의약계가 적극 협력해 점점 열악해져가는 환경에 대한 국회와 정부,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제도적 보완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조속히 실무협의체를 마련,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세우는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를 서비스산업의 범주에 포함시켜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원격의료 ▲영리병원 ▲의료기관 영리형 부대사업 ▲의료기관의 호텔업 ▲보험회사의 환자 유치 알선행위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의료를 영리화·산업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원격의료는 보건복지부 주도로 의료 접근권 향상과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동네병원 위주로 실시하고, 영리병원은 제주도 등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면 공공성 침해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계는 이 법이 의료 영리화를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자명함을 지적하고 있다.

황인방 대전시의사회장(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을 비롯한 시·도의사회장들은 지난 13일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현 의료계 상황을 ‘난국’으로 규정한 후 행정 편의 위주의 대표적 정책으로 ‘원격의료’를 꼽고, 보험재정 악화 등 추후 파생될 각종 부작용을 우려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의료 관점에서 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보건의료단체들과 정치권·시민단체들은 “이 법은 명백한 의료 산업화 시도로 국민의 건강권 측면에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기재부는 산업·경제 발전을 위해 의료 등 서비스산업 전반에 육성·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만을 재확인, 향후 법 제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충돌을 예고했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사회공공성을 산업 발전의 장애로 간주하고, 이윤 창출을 잣대로 모든 걸 평가하려 한다”며 “의료 등 공공사회정책 영역을 산업으로 취급하고, 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제쳐두고 기재부가 직접 관련 사안이나 법령을 개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크다. 이는 기재부 독재법과 같다”고 개탄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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