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바뀌며 내쫓겨
납득할 만한 이유도 몰라
노조 무력화 시도 의혹
#1. 김명수(42) 씨는 K-water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시설직 간접고용 근로자다. 1년 단위로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지금까진 무탈하게 고용승계가 이뤄졌지만 올 해엔 사정이 다르다. K-water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일자리도 잃었다. 근로계약 부적격자로 분류된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사실상 해고됐다.
#2. 허드렛일을 전전하다 5년 전 K-water에서 일하게 된 50대의 청소용역 여성 근로자도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부터 새로 K-water 청소를 맡아 할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5분도 안 되는 면접을 통해 ‘심사결과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이 근로자는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벽두부터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설움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서 일하고 있는 용역 근로자 10명이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올해부턴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와 ㈜두레비즈가 각각 K-water의 청소·시설관리 용역을 맡게 됐는데 두 용역업체는 관계자 55명(환경미화 35명, 시설관리 20명) 중 환경미화(청소) 7명과 시설관리 3명에 대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고용승계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만 알고 면접을 봤던 이들은 한참 새해설계를 하고 있던 지난해 마지막 날 오후, 갑작스럽게 실업자 신세가 됐다.
납득할 만한 이유도 모른 채 엄동설한에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두 용역업체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담보할 정부의 보호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보호지침은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원청에서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해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고 K-water도 이 같은 지침에 따라 두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를 하도록 명시했는데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보호지침 상 ‘특별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자 이들은 노조 무력화 시도를 의심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10명 모두 전·현직 노조 간부거나 노조원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원청인 K-water가 개입해 두 용역업체의 고용승계 거부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따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고 근로자들은 일단 K-water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여의치 않을 경우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법·제도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명수 K-water 비정규직 노조 지부장은 “이번 K-water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한 대량 해고 과정에서 정부의 보호지침은 작동하지 않았다”며 “보호지침이 지침 제정 취지에서 벗어나 악용되지 않도록 고용노동청 등 관계 기관도 적극적으로 사태의 본질을 뜯어보고 중재를 포함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