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발언 파장
"지방경제 활성화 먼저" 지자체 반발
“규제완화를 논하기 전에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수립·이행해 주십시오.”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이 비수도권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해 “과감하게 경제 패러다임을 현실에 맞게 바꿔 나가고 공공 부문부터 규제를 풀도록 하겠다”라는 박 대통령의 지론이 자칫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산업을 살리고자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언급, 규제완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부처간 이견 및 각종 이익단체 대립으로 어려움을 겪는 규제완화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특히 5대 유망 서비스업종으로 설정된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규제완화 추진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가 정부가 주도하는 경기 회복이었다면 올해는 민간에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규제완화는 상당 부분 국회 입법 권한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거센 정치적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충남 천안갑)은 지난 10일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규제완화 발언은 비수도권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이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야금야금 추진돼온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본격적인 신호탄과 같다”고 주장했다.
양 최고위원은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은 이명박정권 시절 대기업의 수도권 단지 내 공장 신·증설 허용과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입지 규제 및 규모 제한 완화에 이어 지난해 4월 수도권 접경지역 미니 외국인투자 산업단지 지정 허용으로 꾸준히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의 단편적 ‘해명’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박 대통령의 로드맵과 대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최고위원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선 적극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논리 개발에 공동 착수해 주목된다. 서울·경기·인천·세종을 제외한 13개 비수도권 지자체 시·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2006년 창립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오는 5월 22일까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대응 방안을 도출키로 하고, 최근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도권 규제완화가 가속화되면 기업의 지방 이전이 크게 위축돼 지방경제가 파탄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지방의 다양한 잠재자원을 사장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경우 비수도권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고, 박 대통령이 신년 구상에서 언급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 결국 기업들이 지방보다는 입지가 좋은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용역은 정부 투자 활성화 대책뿐 아니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분석한 뒤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