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양에 거주하는 김모씨 부부는 최근 자녀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적잖다.군내에도 분만시설을 갖춘 보건의료원이 있지만 공중보건의가 맡고 있어 산모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분만 시설이 열악한데다 매년 바뀌는 공중보건의 근무 특성상 자녀 출산까지 맡기기는 미덥지 못한게 주된 이유다. 현재 청양군내 산부인과는 군(郡) 보건의료원이 유일하다. 때문에 상당수 산모들은 큰병원을 찾아 인근 도시로 원정출산을 나서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청양군보건의료원 관계자는 “분만실이 있지만 현재 이 곳에서 자녀를 낳는 산모는 없다”며 “공중보건의가 있지만 매년마다 바뀌다 보니 산모들이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2. 태안군은 아예 ‘출산’을 할 수 없는 지역이다.유일하게 산부인과가 태안군보건의료원내 설치돼 있지만 이 곳엔 분만 시설 자체가 없다. 군의료원 관계자는 “태안군내 산모들이 많지 않다 보니 분만을 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산모들은 근처 서산 등에 가서 분만을 한다”고 말했다.충남도내 ‘분만 취약지’ 문제가 지역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금강일보가 충남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도내 산부인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 편차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내에는 현재 종합병원 9곳을 포함 72곳의 산부인과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산부인과가 천안 등 대도시에 몰리면서 군소 도시들은 출산과 관련한 서비스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계룡시와 부여, 서천, 청양, 태안 등 5개 시.군은 산부인과가 단 한 곳에 불과했으며, 예산과 금산군도 단 2개의 산부인과만 있다. 부여와 계룡시는 의원 산부인과가 유일하게 있지만 이곳은 산모 분만을 안하거나 분만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부여의 경우 3-4년전 한 곳이 폐업해 현재 J산부인과가 유일하다. J산부인과 관계자는 “현재 산모 분만은 안하고 있다”며 “지역내 산모가 많이 줄어든 원인도 있지만 산모들이 대전이나 논산 등 큰병원을 선호하는 것도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천안을 제외하곤 여타 시군들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천안은 종합병원 4곳을 포함, 28곳의 산부인과가 운영중이나 아산.서산 각각 6곳, 공주.논산 5곳 등 4-6곳 수준에 불과하다. 도내 군소 도시들이 분만 취약지로 전락한데는 농촌인구 유출과 저출산이란 악재에 정부.지자체의 무관심도 한 몫하고 있다. 산부인과들은 수지 타산을 이유로 시설 투자를 하거나 개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산모들은 열악한 시설을 피해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도 보건의료원 등을 통해 해당 시군 산모들의 산전,산후관리, 기형아 검사 등을 하고 있지만 시장 원리 등을 들어 인프라 구축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고위험 산모들은 의료시설 미비로 상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주민 김문정(35.주부)씨는 “출산은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요건이자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주민들의 최소한의 권리”라며 유명무실화된 지역사회의 출산 인프라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