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대 비극 겪은 청소년들 " 친구들 일이라 그저 미안할 뿐"
대전 분향소 찾아 눈물의 조문 어른들 무대책·무책임지적도

세월호의 비극을 겪은 ‘세월호 세대’의 발걸음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대전 지역 고등학교 들 역시 ‘지역’과 ‘개인주의’를 뛰어넘어 같은 세대의 아픔을 공유했다. 수능준비에 바쁜 고3 학생도, 1시간 여가 걸리는 거리에 있던 고등학생도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또래 친구들의 넋을 위로했다.

지난 1일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위령제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위령제를 본 후 친구들과 분향소를 찾은 유연근(18) 군은 “세월호 이야기를 듣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잘 웃지 못한다. 부디 좋은데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단비(18) 양은 “제가 겪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이 글썽거렸다.

청소년들에게 같은 세대가 겪은 비극은 그저 남의 일이 아니었다. 3월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김주희(16) 양은 “우리는 안전하게 갔다 왔는데 언니·오빠들은 안 좋은 일을 겪어 미안하다”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청소년들이 남긴 분향소 방명록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같은 미안함의 정서가 유독 많았다.

2일은 대전 지역 다수 고등학교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이었다. 학생들은 홀로, 혹은 삼삼오오 모여 분향소를 찾았다. 한인수(18) 군은 “그 동안 시험기간 때문에 추모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시험이 끝나고 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청소년들중에는 난생 처음 분향소를 경험한 이들이 많았다. 자연히 서툴기도 했고 어설프기도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용기내 분향을 마쳤다. 이희연(18) 양은 “그냥 뭐라고 해야하나, 어쩌면 대학교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못 만나는 미안함 그런 것 때문에 분향소를 찾은 것 같다”고 슬픔의 정서에 대해 설명했다.

오후 1시 23분 경, 한밭고·서대전여고·동대전고·둔산여고·대전외고를 비롯해 각 학교 학생 50여 명이 한꺼번에 분향소로 밀려들었다. 각기 다른 교복을 입고 현장을 찾은 청소년들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바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임에도 40여 분이나 걸려 분향소를 찾았다는 최지연·정서영(18) 양은 그 이유에 대해 “친구들의 일이니까”라고 소리 높였다.

삼육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도 분향소를 찾아 고등학생들과 함께 분향을 마쳤다. 공은서(9) 양은 “슬프고 바다에서 (언니·오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다. 분향소 앞에서 두 손모아 소원을 비는 아이들 앞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두 손을 올려 눈물을 닦아냈다.

분향소를 찾은 고등학생들, 이날 만난 수백여 명의 학생들은 한결같이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조정수·조하윤(18) 학생은 “어른들이 잘 했으면 친구들을 살릴 수 있었는데, 밉다. 친구들이 죽었는데 어른들은 지금도 계속 싸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학생들도 입을 모아 어른들의 무책임, 무능력, 무대책 등을 지적했다.

세월호의 비극은 청소년들에게 교훈의 순간이 됐다. 배동주(18) 군은 “이번 사건을 통해 현재에 더 충실해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가 올해 수능을 보면 사회에 나간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분향소를 찾아서 그보다 중요한 것을 배운 것 같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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