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상무/총괄국장>

해마다 수능 시험이 치러지고 나면 실패했느니, 성공했느니 하면서 나오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가 좀 어렵다.’는 의미를 전하고자 하면서 이를 ‘난이도가 있는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난이도(難易度)’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가 뜻이다. 어려운 정도와 쉬운 정도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난이도가 있는 문제.’라고 한다. 즉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가 있는 문제’라니 어렵다는 건지, 쉽다는 건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난이도가 높다.’ ‘난이도가 낮다.’ 등의 표현도 마찬가지다.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가 높다.’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가 낮다.’는 말이므로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를 ‘높다’ ‘낮다’라고 하면 아무런 의미도 전달할 수 없다.
시험 문제는 당연히 학생들의 수준이나 평가 방법 등을 고려해 출제를 한다. 이는 너무 어려운 문제를 많이 내도, 너무 쉬운 문제를 많이 내도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등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 문제는 어려움과 쉬운 정도, 즉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해 출제하게 된다. ‘난이도’는 이런 의미로 사용돼야만 한다.
‘올해는 실패했으니 내년에는 특별히 난이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번 수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를 반영했다고 합니다.’처럼 사용하면 적절한 표현이다.
‘난도(難度)’를 별개로 사용할 경우에는 ‘크다, 세다, 강하다, 약하다’ 등을 붙여 사용할 수 있다. ‘난도’는 ‘어려움의 정도’이다. 따라서 ‘난도가 크다, 세다, 약하다’처럼 사용하면 된다.
올해 수능은 난이도 조절이 잘 되려나 모르겠다.
<본사 상무/총괄국장>
윤성국
y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