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본부장 이영호

우리주변에는 양심적인 기업과 기업인이 많다. 상당수 기업은 노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정도경영을 한다. 자신의 집 쌀독은 비어도 직원 쌀독을 채워주려고 애쓰는 사장도 많다. 또 폐수 한 방울도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자나 깨나 대기오염과 안전사고를 걱정하는 선량한 기업인들도 넘쳐난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직원들의 직업윤리와 CEO의 기업윤리인 것 같다. 직원들의 윤리의식도 높고 CEO도 마찬가지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이라도 철저한 윤리의식이 있다면 상호견제가 가능해 양호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윤리를 철저히 지키면서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업체가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창출하고 크게 번창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는 불법을 자행하고 편법을 일삼으면서 정부와 소비자를 속여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수익 또한 폭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사필귀정으로 귀결된다. 소비자와 정부를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실제로 윤리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비윤리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 보다 수익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증명되기도 했다. '사회적 책임성 투자'이론에 따르면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1976년부터 1989년까지 13년 간 174% 증가했다. 이에 반해 30개 '윤리적인 기업'을 골라낸 뒤 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착한기업 공업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647%라는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1000개 중에서 윤리수준이 높은 400개 업체를 선정해 작성한 평균주가지수인 '사회지수'와 S&P사 선정 500개 회사의 평균지수를 1983년부터 1988년까지 비교한 결과 1983년에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사회지수 수익률은 164%였는데 비해 S&P 500개 회사의 투자수익률은 101%에 그쳤다고 한다.

얼마 전 국내 대표적 건설업체 사장들이 모여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했다. 며칠 후 발표될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담합과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대한 선처호소 차원이었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공정위가 무려 4355 억 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했기 때문이다.

건설사 사장들은 담합을 통해 수익을 늘리고 문제가 되면 적당히 사과하고 엄살을 피우면 봐주겠지 하는 안이함에 함몰돼 있는 듯하다. 지난해 4대강 사업으로 1000억원,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지하철 공사, 경인운하 등이 줄줄이 담합 판정을 받으면서 3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돼 2010년 이후 부과된 과징금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합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과징금 부과 후 “이같이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하면 어떻게 기업을 하느냐” “공정위의 담합 징계사실이 외국의 경쟁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이를 활용한 비방으로 해외건설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주를 어렵게 한다”는 등의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재발방지 약속을 해도 시원찮은 판에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카페나 식당에 모여 사다리 타기로 투찰률을 결정하는 대기업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담합하다 적발되면 문 닫을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해외시장 운운하지만 담합이 횡횡하는 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담합을 통해 쉽게 공사를 수주하면 기술개발을 등한시 하게 되고 이것이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해가 갈수록 기업윤리헌장을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우유부단한 징계가 담합을 조장하고 부추긴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묵묵히 정도를 걷는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본때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