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식 편집국장

오늘은 104주년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이다. 104년 전 오늘인 1910년 8월29일, 우리는 5000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고 비극적인 일을 당했다. 바로 주권과 영토를 일본에 빼앗겼던 것이다.

이후 우리는 3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일본의 식민통치하에서 신음하는 암흑의 기간을 보내야만 했다. 일본의 간악한 수탈로 나라는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졌으며, 백성 또한 억압의 핍박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가 일제 식민지 36년이라 할 수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된 뼈아픈 역사도 이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경술국치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기억하고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겨야 한다.

이런 아픈 역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일간의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는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했던 ‘고노담화’(1993년 선언)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노담화’에 대한 재검증, 역사왜곡이 현재 일본정부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극우적인 행보로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 현 일본정부이다. 국제적으로도 이런 일본의 태도에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앞 다퉈 위안부 강제동원이 없었다느니, 한반도를 침략한 것이 아니라느니 하는 과거사 부정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 방한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분들은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을 당했지만 그런 고통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노예상태로 있었다’는 표현도 했다고 한다.

나아가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했으며 분단을 겪고 있다”며 “역사적 고통에서 존엄성을 잃지 않은 민족”이라고 우리의 근현대사, 나아가 동북아의 근현대사를 명쾌하게 규정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유엔의 인권수장으로 불리는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가 특별 발표문을 통해 “일본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수십 년 동안 계속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를 정면 비판한바 있다.

지구촌을 대표하는 인권수장과 최고 종교지도자가 잇따라 쏟아내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입장은 명백하다.
가깝고도 먼나라인 일본과의 갈등이 풀리지 않는 것은 기본적 인권문제인 위안부 강제동원조차 부인하는 일본 측의 과거사 왜곡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근본적으로 한·일 양국 국민들은 한·일간의 관계가 파탄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일본 내 양식있는 사람들조차 그들의 과거사를 반성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않는다면 일본정부는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이웃나라의 반감과 비판여론을 무시한 일본정부의 우경화 노선은 결국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이다. 아니 지금 그렇게 비화되고 있다.

104주년 경술국치일을 맞아 오늘 전국에서는 광복회를 중심으로 이런 일본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행사를 벌인다. 일본정부의 과거사 왜곡 중단,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 등 일본이 이웃과 국제사회의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서 말이다. 일본의 진정어린 반성이 이루어진다면 한·일간의 관계,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모습은 더욱 성숙한 모습이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도 오늘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망했던 날... 국치일에 다시는 그런 역사를 만들지 않도록 결의를 다지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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