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상무이사/충남본부장

부자가 천당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불법을 저지르고 편법을 동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쳤거나 피해를 입혔고 이로 인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부를 축적하기는 쉽지 않다. 부를 축적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부자가 베풀면서 살기는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아흔 아홉 섬을 가진 자가 백 섬을 채우기 위해 한 섬 가진 사람의 재물을 넘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욕심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계속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자라고 하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퐁조에도 문제가 있다. 물론 부정한 방법으로 거부가 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부자는 정당하게 피땀 흘려 부를 축적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존경받고 칭송받는 부자가 많아야 사회가 건전해 지고 성숙될 수 있다.
다소 부적절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면 기부로 사회에 진 빚을 갚고 통렬하게 반성함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어두운 곳을 살핀 뒤 선행을 베풀고 부도덕한 행위와 불법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존경받는 부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슈퍼 부자 워런 버핏의 기부는 경이로울 따름이다. 2006년 그는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후 꾸준히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 평생 모은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이후 그는 그해 2조 6800억 원을 기부했다. 최근에는 2조 9000억 원을 내놨다. 워런 버핏의 기부는 세계 각국의 기부하는 슈퍼 갑부들의 경전이 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미 오래전 기부의 경전으로 삼을 만한 부자가 있었다. 경주 최 부잣집이다. 경주 최 부잣집은 13대 400년간 만석군 부를 이어온 집안이다. 부자는 3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무색케 했다. 최 부잣집 가훈에는 부를 무려 13대나 이어갈 수 있었던 ‘부자의 도리’가 잘 집약돼 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기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 시집을 올 때 은비녀이상 패물을 갖고 오지 말라, 사방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파장 물건은 사지 말고 값을 깍지 말라” 등이다. 배려와 절제, 권력욕의 경계 등으로 요약된다.
최 부잣집의 부는 마지막 최 준 대에 와서 끝이 났지만 대학 설립과 독립운동자금 제공 등으로 기부의 정점을 찍었다. 결국 최 부잣집의 부는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드물게 칭찬받는 부자로 남아 있다.
많은 기업들이 기부문화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일부 재벌들은 여론 무마용으로 위기 돌파를 위해 수 천 억 원의 기부를 약속했다. 사재를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되거나 축소되고 만다. 부자는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나 먼저 존경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한다. 천당 가는 부자가 넘쳐나기를, 아니 모든 부자가 천당에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