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가 온 산을 지천으로 물들이고, 무르익는 신록이 눈부셔 감탄사를 연발하는 5월 이 즈음. 봄 처녀의 가슴은 설렐까, 설레일까.
봄 처녀의 가슴은 절대 설레일 수 없다. ‘설레다’가 표준말이고, 명사형은 ‘설렘’이기 때문이다.
‘민중국어사전’을 빌려보면 ‘설레다’는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는 뜻으로 쓰인다. 들뜬 마음이 이미 피동형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또다시 ‘이’를 집어넣어 피동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설레다가 ‘설레이다’로 허투루 사용되는 빈도가 너무 많다 보니 언젠가 ‘설레임’이라는 모 제과회사의 식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어법에 맞지 않은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든 점에서는 국내 대표적 제과 회사가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이와 비슷한 잘못된 쓰임새도 더러 있다. 비나 눈이 그쳐 날이 맑아질 때 ‘날이 개다’로 사용해야 하지만 어김없이 ‘개이다’로 사용된다. ‘갠 하늘’이라고 해야 할 표현이 ‘개인 하늘’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어법도 모른 채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헤매다’가 ‘헤매이다’로 잘못 쓰인다.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자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모두들 당선을 꿈꾸며 설레는 마음으로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당선의 설렘을 갖기에 앞서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위조여권까지 동원해 외국으로 도피하려다 구속된 당진 군수의 몰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진정 지역 발전을 위한 동량이 되려는 각오를 먼저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사 편집국장>
윤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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