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좇아 전문계고 진학 발명품 잇따라 내놔 "中企 도우는 CEO될 것"

약관(弱冠)이 코앞이다. 또래 같으면 대학입시로 골머리를 앓을 터지만 제법 그럴싸하게 인생 설계 초안을 마련했다. 그렇다고 애늙은이 티가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솜털 보송한 앳된 열아홉 박준하 군. 얼마 전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그는 대덕전자기계고등학교 졸업반이다. 특허 출원 제조기로 통하는 어엿한 발명가에게서 전문계 학교의 특성화 교육이 낳은 될성부른 나무의 싹수를 발견했다. #1. 용꼬리 보다는 뱀 머리가 낫다3년 전 과학과 공작을 좋아하는 한 소년이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떼를 썼다. 학력지상주의를 유영(游泳)하는 우리 사회에서 전문계고는 비주류다. 당연히 부모의 반대가 극심했다.“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하위권을 맴도는 실력이지만 전문계 고등학교에서는 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용꼬리보다는 뱀 대가리가 낫지 않습니까. 결국 부모님도 승낙하셨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발명창작과를 지원하기 위해 대덕전자기계고등학교를 선택했습니다. 운이 좋았죠.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으니까요.”머릿속에 입력된 발명의 코드부터 정리해야 했다. 무릇 발명품이라고 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쯤은 돼야 하지 않겠나 싶었지만 그리 거창할 것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 빠르게 각인됐다. 그리고 생활 속 작은 발견으로 눈을 돌렸다. 벌레가 문지방을 넘어 오지 못하도록 고안한 출입문 벌레 침입 방지 장치, 프린터기 잔고장의 주범을 잡기 위한 금속감지기, 힘을 줘도 넘치지 않는 음료수 팩 용 빨대, 자석을 이용해 탈부착이 가능한 스테이플러 등은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간발의 차로 특허에서 밀린 스틱 일회용 컵도 아이디어 상품이다. 모두 실생활에 유용한 필수 아이템, 친근한 발명품들이다. “뭐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불편을 그냥 지나칠 때도 있지만 한 번 파고들면 답을 구하는 편입니다. 그 순간 형언하기 어려운 성취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성실하고 탐구심 많은 박 군은 3년 내내 창의력 올림피아드에 출전했다. 해를 달리해 은상과 특별상, 동상을 차지했고, 1, 2학년 때는 세계무대에서 엑설런트상을 수상했다. 1등에 대한 아쉬움을 조심스레 꺼내봤다.“올해는 금상을 목표 삼아 새벽 밥 먹어가며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동상이 야속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왜 그리 서럽던지.”가능성이 두각으로, 다시 발군의 실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그는 주목받는 어린 발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계고 진학을 달갑잖게 여겼던 부모님도 확실한 지원군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박찬목 씨)와 어머니(김정숙 씨)께서 아이디어를 귀띔해 주세요. 남동생이 중학교 1학년인데 요리에 관심이 많거든요. 제 영향 때문인지 나무라시기는커녕 그 방면의 재능을 키워주시려고 노력하십니다.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2. 효자 소년 파랑새를 말하다미소가 순수한 모범생 박 군이 과학영재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몸이 조금 불편한 아버지를 지극히 대하는 효자로 정평이 나 있다. 청출어람이라고 했다. 특성화 교육의 성공작이 배출되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보살펴 준 선생님들의 은혜도 가슴 깊이 새겼다.“조창희 선생님, 이상호 선생님, 강건우 선생님, 유병준 선생님, 이진모 선생님 모두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가 돼 주셨습니다. 성취감이 무엇인지도 선생님들께 배웠고요. 공부에 관한 한 다소 후회가 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스트레스 없이 했으니 만족합니다.”한밭대 전기·전자·제어공학부에 수시 합격한 박 군은 벌써부터 CEO의 꿈을 키우고 있다.개발지원금을 받기 위한 창업계획서를 준비 중인데, 채택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도전하는 청춘의 자세가 아름답다.돈 되는 제품은 모두 전기로 통하는 데, 전자를 알아야 전기에 능통할 수 있다는 지론을 피력한다. 전공 선택도 오롯이 궁극의 목표, 창업을 위해서다.“몇천, 몇억이 아니라 몇백 만원이 없어 부도나는 중소기업 뉴스를 들으면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CEO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동아리에 들어가 발명을 계속 할 겁니다. 발명품으로 특허를 내서 돈도 벌고 싶어요.”속 깊은 소년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느냐고 물었다.“가슴을 열어주는 가정적인 아버지, 박준하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은 브랜드 개발, 무엇보다 누구나 함께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부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 제일 멋있어 보입니다.”내년 꽃 피는 춘삼월 MT가 설렌다는 열아홉 소년이 비상(飛上)을 위한 날개를 펴고 있다.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꿈꾸는 발명가의 뒷배가 주입보다는 개성을 중시한 비주류 공교육이라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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