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인/충남취재본부 부장 김도운

우리는 인권을 말하면서 늘 북한을 지목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권 유린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북쪽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애석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인권 문제를 논할 때 늘 북한을 생각하고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해 조바심을 느낀다. 국제무대에서도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들과 더불어 북한을 향해 국민들의 인권 보장을 요구한다.
우리는 북한이 심각한 인권 유린 국가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알면서 정작 우리 사회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권 훼손에 대해 너무도 무감각하다. 북한을 향해 인권 보장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리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달리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한국사회는 여러 인권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은 의식이 바닥수준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녀의 차별이 곳곳에서 서슴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청소년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마음껏 뛰어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때로는 표현의 자유도 침해받고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는 인권의 침해도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회적 차별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돼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하거나 임원 선거 출마 자격을 성적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 학급 내 일련번호를 부여할 때도 남학생에게 앞 번호를 주고, 이어 여학생에게 뒷 번호를 주는 것도 인권침해의 일면이지만 대개의 학교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밖에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차별은 부지기수이다.
취업을 하려해도 성별에 따라, 장애의 유무에 따라, 혹은 학벌이나 종교에 따라 차별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입사지원서에는 무슨 영문인지 국적부터 시작해 주소, 나이, 출신학교, 출생지, 주민번호를 모두 적으라는 주문을 받고 심지어는 가족관계나 가족 구성원들의 직업이나 학벌까지도 상세히 기록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외국 항공사 비행기를 타보면 체형이 망가진 50~60대의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를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국적기를 타면 젊고, 날씬하고, 미모가 수려한 여승무원들만 기내서비스를 담당한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사회에 아직도 엄연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뚱뚱하고 나이 많으면 승무원을 할 수 없다는 아주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출범이후 각 지방에 사무소가 생겨나면서 인권 신장을 위한 다채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하루가 다르게 인권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차별을 없애고 누구에게나 참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식도 성장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현해야 할 차별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과거와 비교하면 우리의 인권 수준이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인권 현실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기 보다는 집단주의를 선호하고, 사회적 약자는 부지불식 중에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차별과 불평등이 당연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 남지 않은 이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도 크게 이룬 것 하나 없고, 허송세월만 한 것 아닌가’ 하고 자책하던 무렵에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 것이 다행스럽다. 한해가 가기 전에 인권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보고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 기회를 가진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