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들이지만 모아 놓고 보니 다시금 충격적이다. 그리고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이것들은 서로 연관돼 있다.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은 일은 가장 많이 하지만 임금은 낮고 세금은 날로 늘고 물가는 치솟으니 가계 부채는 턱없이 높다. 국가 부채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사회 안전망은 부실하니 이혼이나 자살이 줄을 잇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기피하기 일쑤다. 한 마디로 OECD 나라들 중에서 가장 살기 힘든 곳이라는 말이다.
말이 난 김에 출산율에 대해서 조금 더 언급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1.297명) 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내려간 이후 2013년까지 줄곧 13년 동안 1.3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1.3명 미만으로 떨어졌던 나라는 12개가 있는데 13년 내리 이 기록을 유지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05년 최저 출산율(1.08명)을 기록한 이후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본격적으로 내놓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전문가의 의견으로는 출산율이 1.3명 이하로 지속되면 20년 후에는 모든 공적 연금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한다.
모름지기 정부는 이렇게 우울하고 답답한 상황에 대해 해법을 마련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2월 연이어 발표한 정책들을 보면 정말 대책이 없다. 12월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 2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채택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원칙과 방향 기본 합의문,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모두 노동자·서민 쥐어짜기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을 제물 삼아 부자들의 재산과 권리를 더욱 보태겠다는 것이다.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을 일부 보면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고령층과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을 확대하며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2년마다 해고하던 것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이 비정규직 대책이라니 “내가 정규직 시켜달라고 했지 비정규직 연장해 달라고 했냐?”는 비정규직들의 항의가 빗발칠 수밖에 없다. 고령층에 대한 파견이 전면 허용되면 60세 정년연장법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 개악과 겹치기로 노인 빈곤율을 더 높일 것이다. 가뜩이나 정년까지 버티기도 쉽지 않은데 일반해고 요건까지 완화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부 정책은 정규직 과보호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체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을 후퇴시키는 것이고 말은 비정규직 보호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해고는 쉽게, 임금은 낮게, 비정규직은 확대해 전체 노동자의 삶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이런 정책들은 모두 ‘부끄러운 금메달’의 숫자만 늘이고 국가경제를 악화일로로 밀어 넣을 것이다.
여기에 현 정부와 재벌이 저지르는 각종 사고와 추문들을 덧붙이면 ‘부끄러운 금메달’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2015년 새해에는 모든 노동자·서민이 주권자의 입장을 되찾고 서로 연대해 ‘부끄러운 금메달’ 숫자를 줄여나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